노벨경제학상 수상자도 “한국 유일한 문제는 저출산”

입력 2025-10-15 02:02
조엘 모키어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가 13일(현지시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뒤 시카고 근교 노스웨스턴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공동 수상자인 피터 하윗 브라운대 명예교수. AP뉴시스, AP연합뉴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조엘 모키어(79)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와 피터 하윗(79) 브라운대 명예교수는 13일(현지시간)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경제에 관한 조언을 내놨다.

모키어 교수는 이날 노스웨스턴대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같은 국가에 하고 싶은 조언은 ‘개방성을 유지하라’는 것”이라며 “단지 국경만 열어두는 게 아니라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자유 선거를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키어 교수는 “한국은 민주주의로의 전환을 이뤘다. 물론 항상 최고의 정치인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성공한 국가”라며 “지정학적으로 어려운 위치에 있지만 미국의 지원도 있어 빈곤에서 벗어났다. ‘인구 위기’ 외에는 지금처럼 계속 성공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1950년대 저소득 국가에서 오늘날 부유하고 평화로운 나라로 기적처럼 성장한 국가”라며 “한국은 지금까지 해온 대로 계속하면 된다. 국경을 개방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받아들이고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특히 저출산과 관련해 “국민이 스스로 내린 선택일 수 있지만 한국에서 정체를 유발하는 유일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한국의 미래를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세계의 많은 나라가 한국과 자리를 바꾸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키어 교수는 기술 진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의 전제조건을 파악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하윗 교수도 이날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한국 경제가 혁신을 이어가기 위한 방안과 관련해 “강력한 독점 규제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며 “기존 산업 리더들은 규제되지 않을 경우 종종 혁신을 억제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경쟁 촉진과 학술 연구 지원에 주력해야 하며 변화를 거부하는 과거의 혁신가들을 지나치게 보호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전 세계의 급격한 고령화에 관해선 “일반적으로 국내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면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의 흐름이 자국의 인구 구조에 의해 제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윗 교수는 조지프 슘페터(1883~1950)의 경제학 이론을 계승·발전시켜 혁신과 창조적 파괴, 기술 진보를 경제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강조하는 ‘슘페터리언’ 접근법의 창시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무역전쟁이 일어나고 관세가 올라가 무역이 제한될수록 시장 크기가 줄어들기 때문에 혁신할 인센티브가 줄어든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에둘러 비판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대해선 “분명히 놀라운 가능성을 가진 환상적인 기술이지만 동시에 고숙련 노동자를 대체해 다른 일자리를 파괴할 엄청난 잠재력도 지닌다”며 “이런 갈등은 반드시 규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모키어 교수와 하윗 교수, 필리프 아기옹(69) 런던정경대 교수 등 3인을 선정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