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사법부 수장인 조희대 대법원장을 앉혀 놓고 수준 이하의 설전을 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겨냥한 비판이 거세다. 정치권 안팎에서 “21세기 인민재판의 현장”이라거나 “그야말로 난장판”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국감 진행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자성론이 제기될 정도다. 추미애 위원장과 위원들은 입법부의 본질적 역할에 가장 충실해야 할 법사위가 정쟁의 무대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소관 기관에 대한 사항뿐 아니라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이나 국회 규칙안의 체계·형식과 자구의 심사에 관한 사항까지 담당하는 법사위는 국회에서 가장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다른 상임위 소관 법률안도 최종 검토는 법사위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법사위를 통하지 않고서는 어떤 법안도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수 없다. 헌법 이념 및 상위법 위배 여부, 다른 법과의 중복·충돌 여부 등을 냉정하고 차분하게 따져야 하는 곳인데 되레 위헌 시비가 끊이지 않고 고성과 막말이 오가는 난장판 상임위가 되고 있다. 그제 국감에서 친여 성향의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조 대법원장 얼굴에 임진왜란을 일으킨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합성한 ‘조요토미 희대요시’ 피켓을 든 모습은 절정이었다. 어제 법무부 국감도 대동소이했다. 야당이 ‘대북송금 사건’ 수사 당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변호인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여야 의원들 간 고성이 오갔고 ‘반말 시비’도 불거졌다.
법사위는 오늘 대법원을 찾아 현장 국감을 벌인다. 조 대법원장의 대선개입 의혹 관련 긴급현안 청문회와 국회에서 열렸던 대법원 국감에 이은 국회 법사위의 세 번째 사법부 압박 일정인 셈이다. 오늘 국감에서도 지라시 수준의 의혹을 제기하거나 인격 모독성 발언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의 당부처럼 더 차분하게 본질적 질문에 집중하길 바란다. 법사위가 정치 수준을 막장으로 끌어내리는 최악의 상임위가 되는 건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