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최대 난제로 꼽히는 ‘광주 민간·군공항 무안 통합이전’이 이재명정부 들어 새국면을 맞았다. 지자체간 이견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웠던 공항 이전 사업이 대통령실 산하에 태스크포스(TF)가 꾸려지고, 정부 주도로 추진되면서 어느 때보다 공항 이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전 후보지인 무안군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가 가장 큰 쟁점인 가운데 최근에는 지역 민심 변화 기류도 감지돼 관련 논의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공항 이전, 대통령이 직접 챙긴다
15일 광주시, 전남도 등에 따르면 지역 최대 숙원사업이자 난제로 꼽히는 광주 민간·군공항 통합이전은 지난 6월 25일 이재명 대통령이 광주에서 열린 광주·전남 타운홀 미팅에서 ‘국가 주도로 해결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광주시와 전남도, 무안군 등 지자체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지역 간 불신만 깊어지자 내린 결단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국가 단위에서 제가 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부에서 이걸 주관을 하도록 하겠다”며 대통령실 산하 TF 구성을 지시했다. TF에는 광주시, 전남도, 무안군과 함께 국방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가 모두 포함됐다. 아직 6자 TF 회의가 개최되지는 않았지만, 실무협의 등을 거쳐 늦어도 올해 안에는 첫 회의가 열릴 전망이다.
지자체는 물론 지역민들이 TF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정부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만큼,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지연됐던 의사결정 과정이 훨씬 빨라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자체간 이견으로 난항을 겪던 공항 이전 논의가 대통령실이 직접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으면서 불필요한 갈등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약속 못 믿는’ 무안군 설득이 관건
광주 민간·군공항 통합이전 사업의 성패는 결국 이전 후보지인 무안군 설득에 달렸다는 평가다. 최근 6자 TF 참여 의사를 밝힌 무안군은 입장문을 통해 “민간공항 이전이 먼저”라며, 3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무안군이 밝힌 조건은 광주 민간공항 선(先) 이전, 광주시의 1조원 규모의 공개 지원 약속에 대한 이행 방안 제시, 국가의 획기적인 인센티브 제시 등이다. 그러면서 무안군은 “강기정 광주시장은 군 공항 유치지역에 1조원 규모를 지원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약속했고, 이를 위해 지원 조례를 검토·제정한다고 줄곧 표명했다”면서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지원 약속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은 채 군 공항 이전 지역 결정에만 혈안이 된 것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앞서 타운홀 미팅에서도 김산 무안군수는 광주시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당시 김 군수는 “2021년까지 조건 없이 민간공항을 무안으로 이전하기로 약속했었다. 군공항 문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광주에서 약속을 파기했다. 2023년 5월 10일, 2018년 협약을 사실상 파기하고 일방적인 선언을 했다”면서 불신을 드러냈다. 광주시의 1조원 지원 약속에 대해서도 김 군수는 “무안의 1년 예산이 8000억원이다. 그 말도 믿기 어렵다”고 했다.
대통령 나서자 변화하는 민심?
무안 지역에서는 최근 여론 변화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지역 일간지가 실시한 두번의 여론조사에서 광주 민간·군공항 이전 찬성이 반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남도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9~10일 이틀간 무안군민 만 18세 이상 남녀 804명을 대상으로 ‘무안군 군정운영 및 민간·군공항 2차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광주 민간·군 공항의 무안 통합 이전’에 대해 ‘찬성한다’는 의견이 55.0%로 과반을 넘었다. 이 중 ‘매우 찬성’이 32.6%, ‘찬성하는 편’이 22.4%를 차지했다. 반면 ‘반대한다’는 의견은 39.2%로, 이 가운데 ‘매우 반대’는 24.2%, ‘반대하는 편’은 15.0%로 나타났다.
동일 조사기관이 실시한 1차 조사에서 찬성률이 과반(53.3%)을 기록한 이후 한 달 만에 약 2%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전 논란을 마무리 짓기 위한 주민투표’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는 응답이 69.7%에 달했다. ‘불필요하다’는 응답은 22.1%에 불과했고, ‘잘 모름’은 8.2%였다.
지난 2023년 광주연구원과 전남연구원이 각각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반대 여론이 과반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유의미한 변화라는 분석이다. 당시 광주연구원 조사에선 찬성이 37.1%, 반대 56.0%를 기록했다. 비슷한 시기에 이뤄진 전남연구원 조사에서도 찬성 40.1%, 반대 57.1%로 반대 여론이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전남도는 찬성 여론 상승세 배경을 이 대통령의 국가 주도 해결 의지 표명 이후 도에서 ‘무안군민의 편에서 무안군이 국토 서남권의 혁신 거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무안군의 발전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무안군 전 세대에 홍보물을 배포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친 데 따른 민심 변화로 분석했다.
이와 관련 김영록 전남지사는 “광주 민간·군공항 통합이전 찬성률이 지속 상승하는 것은 바람직한 흐름”이라며 “6자 TF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무안군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강기정 광주시장도 “무안군민의 찬성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참 반가운 소식”이라며 “서남권 관문 공항을 열어 호남을 살리는 일에 광주와 전남, 무안과 광주는 같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광주=이은창 기자 eun526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