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지금 ‘감정의 시대’ 속을 지나고 있습니다. SNS에는 누군가의 분노와 좌절, 억울함이 매일 실시간으로 쏟아지고 그 감정에 다른 이들이 또다시 반응하며 증폭시킵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살인 사건 중 약 43.9%가 ‘통제되지 않은 분노’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우발적 폭력 사건은 매해 15만 건이 넘지만, 정작 ‘감정 조절 장애’로 병원을 찾는 사람은 연간 1만명에 불과합니다. 왜일까요. 많은 사람이 자신의 분노와 충동, 짜증을 단순한 성격이나 일시적 감정으로 치부하며 문제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감정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입니다. 기쁨 슬픔 분노 두려움 모두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허락하신 정서입니다. 그러나 감정이 우리를 다스릴 때 그 선물은 위험한 무기가 됩니다.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면 판단은 흐려지고 관계는 무너집니다.
미국 하버드대 제니퍼 러너 교수의 실험이 이를 보여줍니다. 사람들에게 영상을 보여준 뒤 물건값을 매기게 했더니 평화로운 영상을 본 사람은 물병값을 평균 2.5달러로, 슬픈 영상을 본 사람은 무려 10달러로 평가했습니다. 감정이 판단력에 직접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감정은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조종합니다.
성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분을 내어도 죄를 짓지 말며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고 마귀에게 틈을 주지 말라.”(엡 4:26~27) 감정이 통제되지 않을 때 그 틈으로 마귀가 들어옵니다. 슬픔을 절망으로, 분노를 폭력으로, 두려움을 마비로 바꿔 놓습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우리의 감정을 어떻게 다루실까요. 하나님은 감정을 억누르라고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대신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함이라”(사 41:10)고 하십니다. 하나님은 억제보다 함께함을 통해 감정을 회복시키십니다. 두려움의 순간에도 함께하심을 느낄 때 평안이 찾아오고, 분노의 자리에서도 주님의 음성이 들릴 때 절제가 가능합니다.
우리의 감정은 죄의 흔적이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신 증거입니다. 다만 그 감정을 하나님과 분리된 상태로 방치하면 왜곡됩니다. 믿음이란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하나님 안에서 해석하는 일입니다. 하나님과 함께할 때 분노는 정의로, 슬픔은 위로로, 두려움은 용기로 변합니다.
현대 심리학은 감정 조절의 기술을 말하지만 성경은 감정 조절의 관계를 말합니다. 인간의 힘으로는 감정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과 함께할 때 감정은 통제가 아니라 동행의 훈련이 됩니다. 말씀과 기도, 예배의 자리를 통해 우리는 감정을 다스릴 힘을 얻습니다. 찬양 속에서 분노가 녹고 말씀 속에서 두려움이 물러갑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감정을 외면하지 않으시며 말씀으로 새롭게 다듬어 가십니다.
감정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하나님이십니다. 말씀의 빛 아래 감정을 내어드릴 때 우리는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지혜롭게 다스리는 신앙인이 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도 하나님과 함께 감정을 조절하며 두려움이 아닌 담대함으로, 분노가 아닌 평강으로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마음의 평안을 누리며 하루를 시작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구재원 서울 초대교회 목사
◇구재원 서울 초대교회 위임목사는 초대구름작은도서관을 비롯해 강동구립 다독다독 북카페도서관 암사종합시장점과 강동작은도서관협의회에서 사역하며 지역과 이웃을 섬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