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혁신과 신기술을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규명한 ‘슘페터리언’들에게 돌아갔다. 창조적 파괴를 자본주의 발전의 핵심 동력으로 설명한 조지프 슘페터의 사상을 현대적으로 확장한 학자들이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3일(현지시간) 조엘 모키어(79)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 필리프 아기옹(69)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 피터 하윗(79) 미국 브라운대 명예교수를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하윗 교수는 하준경 대통령실 경제성장수석의 박사 과정 시절 스승이다.
프랑스 출신 아기옹 교수와 캐나다 출신 하윗 교수는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을 대표하는 경제학자다. 두 사람은 1992년 ‘창조적 파괴’ 성장 모형을 함께 제시했다. 창조적 파괴 성장 모형은 새로운 혁신이 낡은 기술과 기업을 대체하는 과정을 통해 경제가 끊임없이 재편되고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론이다.
네덜란드 출신인 모키어 교수는 기술 진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의 전제 조건을 파악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노벨위원회는 “혁신이 자기생산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그것이 왜 작동하는지에 대한 이론적 설명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존 하슬러 노벨위원회 경제학상 심사위원장은 “이번 수상자들의 연구는 경제 성장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며 “우리는 창조적 파괴의 메커니즘을 유지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다시 정체의 시대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아기옹 교수는 수상 직후 전화통화로 이뤄진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강화된 ‘보호무역주의’를 비판했다. 그는 “개방성이 성장의 원동력이며, 이를 막는 그 어떤 조치도 성장을 가로막는다”며 “유럽 역시 기술 패권을 넘겨주는 시대를 끝내고 국방·환경·인공지능(AI)·생명공학 등을 중심으로 혁신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윗 교수는 하 경제성장수석의 2003년 브라운대 박사학위 논문 지도교수다. 두 사람은 2007년 생산성 추세와 연구개발(R&D) 투자를 분석한 논문을 공동 발표했다. 하 수석은 스승의 수상에 대해 “기쁘고 감사하다”며 “창조적 파괴 이론은 한국 경제에도 시사점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도 기술 주도 성장과 함께 기업의 이윤 동기와 제도·정책이 잘 상호작용해서 혁신을 일으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상금은 1100만 크로나(약 16억5000만원)가 주어지며 모키어 교수가 절반을, 아기옹·하윗 교수가 각각 4분의1씩을 받는다. 지난 6일 생리의학상부터 시작한 올해 노벨상은 이날 경제학상을 끝으로 수상자 발표를 모두 마쳤다.
세종=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