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경희궁길에 위치한 성곡미술관이 개관 30주년을 맞아 기념전을 하고 있다. 프랑스 작가 조르주 루스와 베로니크 엘레나, 한국의 김수영, 김준, 김태동, 민재영, 샌정, 성지연, 송예환, 염중호 등 국내외 작가 14인을 초청했다.
30세부터 78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작가들에게 던져진 주제는 전시 제목이 말하듯 ‘미술관을 기록하다’이다. 김수영은 건물의 단면을 유화로 그렸고, 조르주 루스는 3차원의 공간에 2차원적 이미지를 입히고 이를 사진으로 촬영했다. 성지연은 전시를 감상하는 관람객의 연출된 장면을 통해 연극적이고 상징적인 공간을 만든다. 윤정미는 성곡미술관의 자랑인 야외 조각 공원의 조각품을 렌즈에 담았다. 사진작가 염중호는 미술관의 존재 이유에 대해 질문하며 전시가 열리지 않았을 때의 내부 풍경을 단색화처럼 포착한다.
30년 전시 역사를 담은 도록도 볼거리다. 쌍용시멘트로 유명한 쌍용그룹 창업주 성곡 김성곤의 호를 딴 미술관은 개관전으로 ‘시멘트와 미술의 만남전’을 했다. 하지만 이후 예술 후원을 기업의 제조품에 가두지 않고 개방적인 자세로 다양한 주제, 다양한 장르에 대한 전시를 열어갔다. ‘우리시대의 초상-아버지’ 등 사회적 이슈와 ‘사진의 힘’ 같은 장르적 주제, 그리고 개별 작가의 집중조명까지 폭넓게 다뤘다. ‘미친년 프로젝트’로 널리 알려진 사진작가 고 박영숙, 실험미술 대가 이승택, 자신의 성형 장면을 중계해 획을 그은 프랑스 여성작가 오를랑 등이 이곳을 거쳐 갔다.
젊은 작가를 지원하기 위해 1998년부터 운영해온 ‘성곡내일의작가상’도 빼놓을 수 없는 업적이다. 12월 7일까지.
글·사진=손영옥 미술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