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1단계 휴전 합의에 따라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생존 인질 20명 전원이 석방됐고 가자지구의 포성도 멎었다. 국제사회는 가자지구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번 휴전을 이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쟁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다만 향후 2단계 협상에서 하마스의 무장 해제 등 까다로운 쟁점이 남아 있어 영구적 평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관측이 나온다.
예루살렘포스트에 따르면 이날 석방돼 이스라엘군에 인계된 인질들은 심리 전문가 면담 등을 거쳐 가족과 재회했다. 이들은 이스라엘 남부 레임 군사기지 내 의료 시설에서 정밀 건강 검진을 받을 예정이다. 일부는 석방 직후 가족과 영상 통화를 하며 기쁨을 나눴다. 이스라엘 시민들은 석방된 인질 20명이 이송되는 동안 레임 기지 인근 도로 등에서 깃발을 흔들며 환영했다. 텔아비브 ‘인질광장’은 인질들이 석방됐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시민들의 환호로 가득찼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 안에서 인질 석방 소식을 생중계 방송으로 지켜봤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기내에서 기자들이 ‘휴전이 지속될 것으로 자신하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것(중동 분쟁)은 수세기 동안 지속됐고 사람들은 정말 지쳤다”며 “휴전은 유지될 것이고, 국제 안정화군이 훌륭하고 강력한 지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악시오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선 “이번 가자지구 평화 합의는 내가 관여한 일 중 가장 큰 성취가 될 수도 있다”고 자평했다. 이스라엘 국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영원한 사랑과 평화”라고 답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엑스에서 “이 합의의 성공을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쓸 준비가 됐다”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개혁을 지원하고 가자지구 재건에 EU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 8일 미국 등의 중재로 1단계 휴전 협정에 합의했다. 1단계 합의의 핵심 내용은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교환, 가자지구 내에서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철군이다. 합의에 따라 12일부터 가자지구 내 식량·의약품 등 인도적 지원이 유엔 등의 운영 아래 진행되고 있다.
다만 향후 2단계 협상에선 하마스의 무장 해제, 가자지구 통치체제 구축, 이스라엘군 재배치 등 까다로운 쟁점들이 본격 논의될 예정이다. 쟁점들을 놓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군사적 충돌이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인질 석방을 앞두고 공개한 영상 성명에서 “우리 앞에는 여전히 중요한 안보 문제가 남아 있다. 일부 적들은 우리를 다시 공격하기 위해 회복을 시도하고 있다”며 군사 작전이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핵심 중재국인 카타르의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총리는 12일 공개된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 모두 포괄적인 합의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알사니 총리는 1단계 합의에선 하마스의 무장 해제 등 합의가 어려운 사안들을 일단 뒤로 미루고 인질 석방 등 실현 가능한 목표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나성원 이가현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