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다림 끝… 인질들 돌아오자 환호로 가득찬 광장

입력 2025-10-13 18:49 수정 2025-10-14 00:10
13일 석방돼 이스라엘로 돌아온 인질 에이탄 모르(25)가 2년 만에 부모를 만나 포옹하는 모습. UPI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1단계 휴전 합의에 따라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생존 인질 20명 전원이 석방됐고 가자지구의 포성도 멎었다. 국제사회는 가자지구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휴전을 이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쟁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다만 향후 2단계 협상에서 하마스의 무장 해제 등 까다로운 쟁점이 남아 있어 영구적 평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관측이 나온다.

예루살렘포스트에 따르면 이날 석방돼 이스라엘 남부 레임 군사기지로 이송된 인질들은 심리 전문가 면담 등을 거쳐 가족과 재회했다. 향후 의료 시설에서 정밀 건강 검진을 받을 예정이다. 이스라엘 시민들은 석방된 인질 20명이 이송되는 동안 레임 기지 인근 도로 등에서 깃발을 흔들며 환영했다.

텔아비브 ‘인질광장’은 인질들이 석방됐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시민들의 환호로 가득찼다.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무대 위 진행자는 “고마워요, 트럼프” 구호를 외쳤다. 오전 10시쯤 인질 롬 브라슬라브스키를 기다리던 모친이 석방된 아들의 영상 통화를 받고 감격해 울부짖는 영상이 스크린에 나오자 광장의 많은 이들을 눈물을 흘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질 알론 오헬의 자택 앞에 모인 주민들은 “알론이 돌아온다”고 외치며 자축했다. 브라슬라브스키와 오헬은 2023년 10월 7일 노바 음악축제에서 하마스에 납치됐다가 2년 만에 귀환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 안에서 인질 석방 소식을 방송으로 지켜봤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기내에서 기자들이 ‘휴전이 지속될 것을 자신하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또 “이번 평화 합의는 내가 관여한 일 중 가장 큰 성취가 될 수도 있다”고 자평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엑스에서 “이 합의의 성공을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쓸 준비가 됐다”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개혁을 지원하고 가자지구 재건에 EU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석방 인질들을 태운 차량이 이스라엘 남부 레임 군사기지에 도착하자 군인들이 환영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지난 8일 합의한 1단계 휴전 합의의 핵심 내용은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교환, 가자지구 내에서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철군이다. 합의에 따라 12일부터 가자지구 내 식량·의약품 등 인도적 지원이 유엔 등의 운영 아래 진행되고 있다.

다만 향후 2단계 협상에선 하마스의 무장 해제, 가자지구 통치체제 구축, 이스라엘군 재배치 등 까다로운 쟁점들이 본격 논의될 예정이다. 쟁점들을 놓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군사적 충돌이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인질 석방을 앞두고 공개한 성명에서 “우리 앞에는 여전히 중요한 안보 문제가 남아 있다. 일부 적들은 우리를 다시 공격하기 위해 회복을 시도하고 있다”며 군사 작전이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핵심 중재국 카타르의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총리는 12일 공개된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포괄적 합의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알사니 총리는 1단계 합의에선 하마스의 무장 해제 등 합의가 어려운 사안들을 일단 뒤로 미루고 인질 석방 등 실현 가능한 목표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