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황제’ 김연경이 언더독 선수들과 손잡고 선보인 예능 프로그램이 안방극장에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MBC ‘신인감독 김연경’(포스터)이 단순한 스포츠 예능을 넘어 성장 드라마로 주목받으며 시청률과 화제성을 동시에 거머쥐고 있다.
13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2일 방송된 3회 시청률은 전국 4.7%로 집계됐다. 첫 방송 2%대에서 두 배 뛴 수치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6.8%까지 올랐다. 화제성도 높다. 지난 10일 굿데이터코퍼레이션 조사에 따르면, 김연경은 10월 1주차 TV-OTT 비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1위에 올랐다.
지난달 28일 첫 방송한 프로그램은 김연경이 신생 구단 ‘필승 원더독스’를 이끌며 여자배구 프로 제8구단 창단에 도전하는 과정을 담았다. 7개 팀과 맞붙어 과반 승리가 목표고, 3패를 당하면 해체되는 규칙이 긴장감을 더한다. 전주 근영여고를 상대로는 이겼지만, 프로팀 IBK기업은행 알토스에는 패하며 ‘프로의 벽’을 실감했다.
원더독스에는 프로 무대에서 방출된 선수, 실업팀에서 기회를 엿보는 선수, 은퇴 뒤 다시 코트에 선 선수까지 다양한 배경을 지닌 이들이 모였다. 현재는 ‘언더독’이지만 미래에는 ‘원더’가 되겠다는 꿈이 팀의 원동력이다.
프로 시절 외모만 신경 쓴다고 평가받던 세터 이진은 원더독스에서 남다른 결심으로 득점을 이뤄내 ‘독기이진’으로 거듭났고, 불안 증세로 은퇴했던 유망주 이나연은 김연경의 지도로 점차 극복해가며 코트를 누비게 된다.
‘0년 차 감독’ 김연경의 성장 서사도 관전 포인트다. 부진한 선수에게 “그렇게 할 거면 앞으로 뛰지 마라”며 호통을 치다가도, 정작 위기 상황에선 “우리가 못하는 게 없다”는 격려로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전문가들은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가능성에 주목한다. 그동안 배구는 4대 프로스포츠 중 유일하게 단독 예능과 2부 리그가 없고, 팬 저변도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석희 대중문화평론가는 “패잔병으로 꾸려진 팀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응원하고 싶은 서사”라며 “김연경이 자신의 이름값을 불쏘시개 삼아 배구의 대중적 인지도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