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없이는 이차전지 못 만든다”… 첨단산업 핵심소재 해외 의존 심화

입력 2025-10-14 00:26

이차전지·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전략 산업에서 소재·부품 해외 의존도가 9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패권 경쟁의 일환으로 중국이 최근 전략광물 수출 통제 강화를 예고한 상황에서 실제 핵심 소재 공급 통제에 나설 경우 첨단·주력 산업 생산에 적잖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재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차전지에 들어가는 음극재 핵심 원료인 흑연의 경우 천연흑연의 97.6%, 인조흑연의 98.8%가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극재의 핵심 원료인 전구체와 수산화니켈의 중국 의존도도 각각 94.1%, 96.4%에 달한다. 중국산 원료 없이는 사실상 이차전지 생산이 불가능한 구조다.

국내 제조업용 로봇에 들어가는 모터, 감속기, 드라이브 등 구동 부품의 해외 의존도는 2023년 기준 80.3%에 달했다. 2021년의 77.7%보다 의존도가 더 높아졌다. 수입 구동 부품의 97.8%는 일본산이었다. 반대로 로봇 제어 부품에서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입 제어부품의 95.8%가 중국산이다.

한국의 주력 산업 중 하나인 디스플레이 역시 핵심 소재를 대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처지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제조에 들어가는 RGB 발광소자, 전사 공정장비 등 5개 핵심소재의 해외 의존도는 90%를 웃돌았다. 디스플레이 주력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핵심소재인 파인메탈마스크(FMM)와 도판트도 각각 95%, 67% 이상이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 의원은 “언제든 특정국에 발목을 잡힐 수 있는 비정상적인 구조”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기준 한국광해광업공단이 관리하는 희소금속 31종 중 20종이 중국 수입에 의존하는 등 전략광물 중국 의존도도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반도체의 필수 원재료인 니오븀과 규소는 각각 78%, 63%가 중국에서 수입되며, 이차전지 원료 양극재 제조에 필수재인 리튬도 전체 수입액의 65%가 중국산이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