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훈(사진)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국정감사장에서 지난 정부 시절 연구·개발(R&D) 예산 대규모 삭감 배경에 최상목 당시 대통령실 경제수석의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배 부총리는 “(R&D 예산 삭감 당시) 대통령실에 끌려간 측면이 있었다”며 “피해를 본 모든 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13일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국감에서 윤석열정부 R&D 예산 삭감 과정 조사 태스크포스(TF)의 중간조사 결과를 공유했다. 2023년 6월 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나눠먹기식 R&D 예산을 원점 재검토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이후 7월 6일 경제수석이 과기정통부에 전체 R&D 예산을 10조원으로 삭감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삭감 과정을 규명하기 위해 최 전 수석을 과방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난달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의 책임 소재와 정부 대응 적절성 여부를 두고는 여야 간 공방이 반복됐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자원 화재 관련 대통령 지시사항이 과기정통부로 처음 내려온 시기가 지난달 29일 오후 3시였는데, 대통령실이 밝힌 지시 시점은 26일이었다며 사흘간의 시차가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정훈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예능 방송에 출연하면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가 30분 늦춰졌다고 지적했다. 김우영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정부에서 예산을 대폭 삭감한 탓에 백업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고 맞받았다.
배 부총리는 “이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귀국과 동시에 화재에 대해 인식하고 바로 국무위원들에게 지시했다”며 “2024년에 재해복구(DR) 구축을 하기로 했음에도 투자가 중단되는 등 문제가 있었다”고 지난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만든 가짜 영상을 시연하면서 배 부총리와 이춘석 민주당 의원을 등장시켜 국감이 한때 중단되기도 했다. 주식 차명거래 의혹이 있는 이 의원이 배 부총리와 만났다는 가짜 영상을 틀자 민주당 의원들이 반발하면서다. 배 부총리는 “딥페이크 영상이 국민들이 보고 있는 국감에서 재생된다면 사실로 오해돼 돌아다닐 수도 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KT가 무단 소액결제 사고 조사 과정에서 허위 자료를 제출하고 증거를 은닉하는 등 정부 조사를 방해하기 위한 고의성이 있다며 지난 2일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