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패션이 일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K팝을 중심으로 한류가 확산하고 일본 젊은 세대의 K패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다. 국내 패션 플랫폼과 백화점 등 유통업계가 잇달아 현지 공략에 나서는 모습이다.
무신사는 이달 초 도쿄 시부야 중심지에서 연 팝업스토어가 오픈 일주일 만에 누적 방문객 2만명을 돌파했다고 13일 밝혔다. 무신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잇는 전략으로 일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다음 달엔 일본 패션 이커머스 ‘조조타운’에 ‘무신사 숍’을 열고 국내 브랜드의 일본 판매를 지원할 계획이다.
무신사는 일본 시장을 단기 성과보다 장기 신뢰 구축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2021년 일본 법인을 설립하고 크고 작은 팝업스토어를 열며 기반을 다졌다. ‘마뗑킴’ 등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의 일본 총판을 맡기도 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일본은 오프라인 경험과 신뢰가 중요한 시장인 만큼 내년엔 정규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장기적인 브랜드 신뢰를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본 패션 시장에선 MZ 세대를 중심으로 합리적인 가격대와 개성 있는 디자인을 갖춘 K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두드러지고 있다. 값비싼 명품보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브랜드를 찾는 소비 경향이 확산하며 K패션이 주목받는 모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에서도 명품 수요가 줄고 신진 브랜드를 찾는 흐름이 있다.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성장까지 맞물리며 기회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MZ세대에 인기 있는 패션 브랜드들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코트라 도쿄무역관 관계자는 “최근 패션 관련 벤더들로부터 한국 유망 브랜드 발굴 요청이 잦은 상황”이라며 “도쿄뿐 아니라 오사카, 나고야 등 일본 전역에서 인기”라고 말했다.
침체한 국내 시장을 넘어 돌파구를 모색 중인 백화점도 K브랜드를 앞세워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도쿄 파르코 시부야점에 ‘더현대 글로벌’ 정규 매장을 열고 신진 브랜드 ‘트리밍버드’를 선보였다. 내년엔 오모테산도 쇼핑 거리에 대규모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향후 5년간 일본 내 5개점을 오픈하기로 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달 일본 도큐리테일매니지먼트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이달 시부야 중심지에서 하이퍼그라운드 팝업스토어를 연다.
일본 패션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진출 이유를 뒷받침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는 일본 패션 시장 규모가 올해 506억3000만 달러(약 72조원)에서 2030년 828억4000만 달러(약 118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한국(245억4000만 달러)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신주은 기자 ju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