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계엄 선포 나가는 尹에 고개 끄덕… 이상민과 논의도

입력 2025-10-14 02:39
12·3 비상계엄 당일 상황이 담긴 대통령실 CCTV 영상이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재판에서 공개되고 있다. 영상에는 한 전 총리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문건을 주고받는 장면이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국무회의 직전 대통령실 CCTV에 찍힌 한덕수 전 국무총리 손에는 계엄 관련 문건이 들려 있었다. 관련 문건을 받거나 본 기억이 없다던 기존 입장과 달리 한 전 총리는 계엄 당일 문건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다른 국무위원들과 논의하는 모습이었다. 계엄을 선포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도 공개됐다. 특검은 이를 계엄에 줄곧 반대했다는 한 전 총리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증거로 법정에서 제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 심리로 13일 열린 한 전 총리 재판에서 특검은 계엄 선포 직전부터 해제 후까지 16시간 동안의 대통령실 내 대접견실과 복도를 촬영한 CCTV 2대의 영상을 공개했다. 당시 영상이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특검 측은 20분 분량의 요약본을 제시했다.

특검은 CCTV 장면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부터 사후 정당화 과정까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를 적극적으로 도왔다고 주장했다. CCTV 속 한 전 총리는 12월 3일 오후 9시10분쯤 2개 이상의 문건을 든 채 대통령 집무실에서 나온 뒤 문건들을 훑어봤다. 특검 측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진술 등을 제시하며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특별 지시 문건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오후 10시18분, ‘2분짜리 국무회의’를 마치고 계엄을 선포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는 윤 전 대통령을 향해 한 전 총리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을 뿐 제지하지 않았다. 특검 측은 “한 전 총리의 동조 표시가 (윤 전 대통령의) 범행 결의를 강화했음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참석한 국무위원 중 누구도 대접견실을 나서는 윤 전 대통령을 막아서거나 제지하지 않았다.

계엄이 선포되고 다른 국무위원들이 자리를 떠나는 10시50분쯤, 한 전 총리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불러 세운다. 두 사람은 이후 16분간 이 전 장관이 양복 안주머니 등에서 꺼낸 문건들을 주고받으며 논의를 이어나갔다. 문건을 손으로 짚어나가며 한 전 총리에게 설명하던 이 전 장관이 웃음을 짓는 모습이 영상에 담기기도 했다. 특검 측은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지시한 ‘언론사 단전·단수’ 등 계엄 이후 조치 이행 방안을 논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 전 총리는 영상 재생 이후 비상계엄 계획을 제대로 몰랐고, 계엄 선포를 반대했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좀 더 많은 국무위원이 모이면 반대할 것으로 생각했고, 반대 의견들을 대통령께 집무실에서 개별적으로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비상계엄으로 무장 군인이 국민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무총리로서 어떤 임무를 수행했느냐는 재판부 질문에는 “국무회의를 통해 입장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영호 전 통일부 장관은 한 전 총리가 대통령에게 경제적 타격 등을 언급했다며 “반대라는 용어는 쓰지 않았지만 ‘계엄을 재고해달라’는 취지로 이해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고 밝혔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