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 재점화로 원·달러 환율이 1430원을 넘어서자 외환 당국이 1년반 만에 구두 개입에 나섰다. 당국의 개입으로 추가 상승은 제한됐지만 무역갈등과 더불어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를 둘러싼 한·미 관세협상이 남아 있어 당분간 환율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13일 취재진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외환 당국은 최근 대내외 요인으로 원화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시장의 쏠림 가능성 등에 경계감을 가지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두 개입은 당국이 보유한 달러를 사고파는 직접 개입과 달리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메시지를 통해 환율의 급등락을 줄이는 수단이다. 기재부와 한은의 공동 구두 개입은 중동 지역 정세 불안으로 환율이 1400원 부근까지 오른 지난해 4월 중순 이후 1년6개월 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1430.00원으로 개장한 직후 곧장 1434.00원까지 치솟았다. 지난 5월 2일의 1440.00원 이후 5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후 142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다가 다시 1430원대로 올라섰지만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 이후 상승 폭을 점차 줄여 오후 3시30분 1425.80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업무 일시 정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우려가 다시 고조되면서 환율이 크게 뛰었다. 원화는 신흥국 통화 중에서도 미·중 무역갈등 국면에서 민감하게 움직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방침을 밝히자 ‘추가 관세 100% 부과’로 맞불을 놨다.
한 미 관세 협상이 결론이 나지 않은 점도 환율 상승을 압박하고 있다. 양국은 지난 7월 미국으로 수입되는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15%로 잠정 합의했지만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방식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4월 초 미 중 무역갈등이 격화할 당시 원·달러 환율이 1487원 선까지 올랐던 것처럼 환율 상승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0년물 금리가 4.5%까지 올라갔던 지난 4월 갈등 국면과 달리 이번에는 미국 장단기 금리가 모두 하락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회담 여지도 남겨뒀다”며 “4월과 같은 충격이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