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구찌 제쳤다… 연매출 32조 ‘사상 최대’

입력 2025-10-14 00:52
사진=AFP연합뉴스

일본 SPA 브랜드 유니클로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가성비 패션’의 부상을 입증했다. 명품 브랜드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눈에 띄는 성장세다. 글로벌 패션 시장의 흐름이 럭셔리에서 실용성과 합리성을 중시하는 소비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3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유니클로의 모회사 패스트리테일링은 지난해 9월부터 지난 8월까지 매출 3조4005억엔(약 32조원), 순이익 4330억엔(약 4조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순이익 모두 역대 최대치다. 이로써 패스트리테일링은 구찌·보테가베네타·발렌시아가 등을 보유한 프랑스 명품 그룹 케링(Kering)의 지난해 매출(172억유로·약 28조6700억원) 규모를 넘어섰다.

글로벌 명품 소비의 30%를 담당하는 ‘큰손’ 중국인들이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럭셔리 브랜드 시장 전반이 침체기에 들어섰다. 케링의 경우 주력 브랜드 구찌의 장기 부진 여파로 순이익이 전년 대비 46% 급감했다.

반면 유니클로는 ‘명품 대신 실용’을 선택한 소비 흐름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일본에서는 1조260억엔(약 9조8000억원)의 매출을 기록, 일본 의류업계 최초로 ‘1조엔의 벽’을 넘어섰다. 침체한 시장 환경에서 실용적인 소비층을 겨냥해 매장 효율화, 재고 관리, 생산·유통 통합 전략을 펼친 게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유니클로는 최근 5년간 일본 내 매장 수를 줄이는 대신, 대형화·고효율 전략으로 전환해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해외 시장에서도 약진했다. 지난 1년간 해외 매출은 1조9102억엔(약 18조원)으로 전년 대비 11.6% 늘었다. 한국에서도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일본 불매운동’ 이후 4년 만에 완전히 회복했다. 미국 매출도 24.5% 증가했다. 동남아·인도·호주·유럽에서도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패스트리테일링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유니클로의 성공 모델을 다른 브랜드에도 적용해 일본 내 시장 점유율 20% 달성도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회사는 유니클로 외에도 지유(GU), 띠어리(Theory) 등을 함께 운영 중이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