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상 취업 사기·감금 피해 사건이 수년간 이어지고 있다. 캄보디아 출국 후 연락이 끊겼다는 신고가 급증하는 가운데 캄보디아 당국의 수사 협조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캄보디아 시하누크빌에서 20년간 활동한 오창수(사진) 선교사는 13일 통화에서 “지난해 범죄 단지에 감금당한 한국인을 30~40명 구조했다”며 “올해는 구조자가 50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오 선교사는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해 피해자나 가족으로부터 직접 구조 요청을 받고 있다. 피해자가 웬치(범죄단지)에서 탈출하다가 발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구조 작업은 한밤중이나 새벽에 이뤄진다. 그는 “지금도 구조를 대기하고 있는 남학생이 있는데 연락이 끊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 청년들이 취업 사기로 캄보디아에 왔다가 납치·감금되는 사건은 지난 2~3년간 이어졌다고 오 선교사는 전했다. 그는 “과거 카지노에서 돈을 잃고 현지에서 빌렸다가 폭행이나 감금을 당하는 사건은 종종 있었지만 3년 전부터는 고소득 일자리에 혹해 온 젊은이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외신에 따르면 캄보디아 관광 도시인 시하누크빌에는 카지노 사업장이 100여곳에 달하고, 상당수가 범죄 장소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금 피해자들은 폭행과 고문을 당했다고 호소한다. 오 선교사는 “보이스피싱이나 리딩방 사기 실적을 채우지 못해 중국인들로부터 몽둥이로 맞거나, 전기 충격 고문을 당했다는 청년들이 많다”고 전했다. 지난 8월 박람회에 간다며 캄보디아로 갔다가 숨진 20대 대학생의 사인도 고문에 의한 심장마비로 조사됐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감금 관련 신고도 폭증하고 있다. 광주에선 20대 청년 3명이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한 남성은 출국 두 달 뒤쯤인 8월 가족의 휴대전화로 “살려 달라”고 애원한 뒤 연락이 끊겼다. 경북에선 관련 신고가 총 7건 접수됐다. 상주에 살던 30대 남성은 텔레그램 영상 통화로 가족에게 “2000만원을 보내주면 풀려날 수 있다”고 말한 뒤 연락이 끊겼다. 이 남성의 SNS에는 그가 차용증 내용을 적은 노트를 들고 있는 사진이 게시됐고, 가족은 협박성 문자 메시지도 여러 차례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에선 캄보디아로 출국한 20대 청년이 감금됐다가 수천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범죄 조직에 주고 풀려나 경찰이 수사 중이다. 경기도에선 캄보디아 체류 국민 관련 4건의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경찰은 캄보디아 당국에 코리안 데스크(한인 범죄 전담 경찰) 설치와 수사 협조를 강력하게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캄보디아가 경찰 간 협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원활하지 않다”며 “인터폴 등 국제기구와 함께 캄보디아를 압박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오 선교사는 “현지에서는 코리안 데스크 설치를 계속 요구해 왔다”며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추진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광주·상주=이은창 김재산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