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선물(Futures) 투자자들이 지난 10일 암호화폐 가격 급락으로 대규모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과 부동산, 금 등과 함께 암호화폐 가격까지 순항하며 ‘에브리씽 랠리(Everything Rally·안전자산과 위험자산 모두 오르는 상황)’가 펼쳐지자 레버리지를 동원해 암호화폐 가격 상승에 베팅했다가 손실을 봤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13일 코인 데이터 분석업체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암호화폐 선물 시장에서 지난 10일 하루 청산된 규모는 191억5600만달러(약 27조원)로 집계됐다. 하루 청산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에 대한 맞불 조치로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예고한 후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한 영향이다.
선물 투자는 미래 가격을 예측해 수익을 노리는 거래 방식이다. 가격 상승 전 ‘롱(상승)’에 베팅했다면 수익을 낼 수 있다. 반대로 ‘숏(하락)’에 베팅했다면 손실이다.
핵심은 레버리지다. 암호화폐 선물 시장을 운영하는 바이낸스와 바이비트 등 글로벌 거래소는 1~100배의 레버리지를 투자자 스스로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레버리지를 높이면 수익도 크게 늘지만 하락 시 손실도 빠르게 커진다. 가격이 하락해 일정 수준 이하가 되면 거래소는 손실을 막기 위해 투자자 자산을 청산하는데 그 경우 원금은 거의 남지 않는다.
이번 대규모 청산 사태로 국내에서도 큰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된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엑스(옛 트위터) 등 SNS에선 투자금을 모두 잃었다는 투자자들 글이 다수 올라왔다. 암호화폐 ‘리플’에 투자했다는 한 투자자는 “대출 2억원 포함해 투자금 4억원으로 1년 만에 10억원으로 불렸는데 하루 만에 사라져버렸다”고 밝혔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업토버(Uptober·10월은 오른다)’와 ‘산타랠리(크리스마스 전후로 가격이 오르는 현상)’에 대한 기대감에 레버리지를 활용한 상승 베팅이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특히 고배율 레버리지를 사용한 투자자와 알트코인 투자자가 큰 피해를 입었다”고 분석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