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복무 기간 긴 군의관 대신 현역병 입대 급증… 군 의료 공백 우려

입력 2025-10-14 00:04
국민일보DB

의대생들이 군의관 대신 현역병으로 입대하는 사례가 올해 들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군병원과 전방 의무부대의 의료 공백이 현실화할 수 있어 복무제도를 현실에 맞게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의대생 현역병 입영자는 2838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입영자(1363명) 수의 배를 넘는 수치다. 특정 해에 의대생의 현역병 입대가 늘어나면 이들이 군의관으로 임관할 5~6년 뒤 군 의료 인력에 공백이 생긴다. 군은 2029년 이후 의료 시스템 붕괴라는 시한폭탄을 떠안게 된 것이다.

여권에서는 윤석열정부의 일방적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따른 후유증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의·정 갈등 이전인 2023년 현역병으로 입대한 의대생은 267명으로, 불과 2년 만에 10배 이상 급증했다. 그러나 단순 의·정 갈등의 정치적 반작용으로 보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현상은 정책 혼선과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인한 제도적 불안정성, 의대생들의 합리적 선택, 의료 인력 시장의 불확실성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육군 보병사단에서 현역 군의관으로 복무 중인 김모(31) 대위는 “병역 문제를 애국심과 의무감보다는 시간과 비용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의대생들 사이에서 군의관 복무 38개월이 현역병 18~21개월에 비해 기회비용이 크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뜻이다.

군은 인센티브 강화 등 현실적인 유인책과 함께 장기 복무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군 의료장교 후보생 제도 도입, 민간 의료진을 활용한 단기 계약직 운영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의대 위탁교육을 통한 장기 복무 군의관 양성, 민간 의사 채용 확대, 군의관 처우 개선 등을 추진 중”이라며 “국군의무사관학교를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