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한국이 약속한 美 조선업 부활 긴 시간 필요”

입력 2025-10-13 18:49
이재명 대통령이 8월 2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열린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이 미국의 조선업 부활을 돕겠다고 약속했지만 미국 현지 여건상 실현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한화그룹이 만드는 미국 선적 선박 12척 가운데 미국산 천연가스를 아시아와 유럽으로 운반할 대형 LNG 운반선 2척은 대부분의 건조 작업이 한국 거제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한화그룹이 지난해 1억 달러(1420억원)에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한화 필리조선소에서는 이 LNG 운반선이 미국 법과 해양안전기준을 충족하도록 점검·보완하는 작업이 이뤄지게 된다. 이는 한화 필리조선소가 아직 복잡한 대형 선박을 자체적으로 건조할 역량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최근 10년간 미국에선 이보다 단순한 LNG 운반선을 직접 건조하려는 시도들이 있었으나 공기 지연과 예산 초과로 잇단 실패를 겪었다. 현재 미국에서 대양을 건널 수 있는 선박을 건조하는 데 드는 비용은 한국이나 중국의 4~5배에 달한다.

미국 조선업은 2차 세계대전 기간에는 100만명 이상을 고용했지만 이후 수십년간 침체를 거듭했다. 현재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대형 조선소는 대부분 미 해군 군함의 건조와 정비에 집중하고 있다. 해운 컨설팅업체 ‘카라차스 머린 어드바이저스’의 바실 카라차스 최고경영자(CEO)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이뤄져도 미 조선업의 지속 가능한 부흥을 이끌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며 건실한 철강산업과 고도로 훈련된 노동력, 고급 엔지니어링 및 설계 역량이 함께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화그룹이 세운 미국 소재 해운사 ‘한화쉬핑’의 라이언 린치 CEO는 시간이 흐르면 한국의 기술과 숙련도가 미국으로 이전되면서 필리조선소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한화그룹이 수주한 12척 중 미국 항구 사이를 오갈 중형 유조선 10척은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예정이지만 한 척당 건조비는 2억2000만 달러로 한국이나 중국에서 만들 때 비용(4700만 달러)보다 4.7배가량 비싸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