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직면한 위기를 냉철하게 되짚어보고 예배당을 벗어나 세상 속으로 걸어가는 ‘보냄의 신학’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13일 서울 종로구 초동교회(손성호 목사)에서 열린 심포지엄 ‘새로운 길을 여는 목회’에서 “한국교회는 지금 마지노선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2000년부터 2020년대까지 20여년간 주요 6개 교단에서만 200만명의 교인이 줄었다”고 소개했다.
노령화는 더 큰 문제로 지목됐다. 0~14세 유소년 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비율을 말하는 노령화지수는 1990년 19.4에서 2025년 199.9로 30여년 만에 10배가 됐다. 조 교수는 “젊은층 이탈이 가파른 상황”이라며 “이대로면 주일학교를 세울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위기의 핵심을 교회의 신뢰 상실과 탈종교화 흐름으로 해석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전염병이 돌면 교회는 늘 성장했지만 코로나19 사태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한국갤럽의 2022년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신이 있다’는 응답이 63%에서 50%로, ‘천국을 믿는다’는 비율이 53%에서 41%로 떨어진 사실을 제시했다. 이어 “2017년 갤럽 조사에서 비종교인 인구가 처음 종교인을 앞지른 이후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며 “역병이 돌았는데 종교가 외면당한 것은 인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조 교수는 “이제는 예배당을 지어놓고 사람을 기다리는 시대는 끝났다”며 “우리가 서 있는 곳이 곧 선교지라는 마음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영 실천신대 교수는 신뢰 회복을 위한 교회의 태도 변화와 구조적 전환을 촉구했다. 정 교수는 “선교는 복음 전도만이 아니라 이웃 사랑과 하나님의 창조질서 회복까지 포함한다”며 “교인이 신앙과 삶을 일치시킬 때 잃어버린 신뢰가 회복된다”고 말했다. 교회를 지역사회와 분리된 구원의 방주로 볼 것이 아니라 교회가 속한 마을 전체를 선교의 현장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일부 교회의 시혜적 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마을공동체 활동은 돕는 일이 아니라 함께 만드는 일”이라며 “시혜적 봉사에서 협력적 공동체로의 전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뢰와 네트워크를 뜻하는 교회의 사회적 자본을 개별 교회 안에만 가두지 말고 다른 교회와 연대해 지역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교수는 “교회의 권위주의와 비민주성은 교인을 떠나게 만든다”며 “의사결정 구조가 수평적으로 바뀌어야 지역사회와의 신뢰도 회복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심포지엄은 실천신학대학원대(총장 정성진)와 세뛰새코리아(대표 송창근)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정성진 총장은 “이번 모임은 세대와 학문, 그리고 목회의 현장을 잇는 자리”라며 “성장과 부흥보다 신뢰와 책임을 말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