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해할 수 없는 與 ‘김현지 불출석’ 방침… 왜 이리 감추나

입력 2025-10-14 01:20
김현지 제1부속실장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열리는 대통령 주제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이번 국정감사를 앞두고 ‘조희대로 시작해 김현지로 끝날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조 대법원장을 상대로 법원의 ‘이재명 사건’ 처리를 추궁하려는 여당에 맞서 야당은 ‘만사현통’이라는 대통령실 김현지 부속실장을 증인석에 앉히려 했다. 국민의힘이 김 실장 출석을 요구한 국회 상임위만 6곳이나 된다. 정치 공세 측면이 다분하지만, 이에 대응해 대통령실과 여당이 택한 방식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총무비서관이던 김 실장 보직을 국감 직전 갑자기 부속실장으로 바꾸며 국회 불출석 명분 만들기에 나섰다.

우상호 민정수석은 당시 이런 해석을 부정하면서 “(김 실장이) 국회에 100% 출석한다”고 했는데, 막상 국감이 시작된 13일 대통령실 기류는 정반대로 흘렀다. ‘정략적’ 출석 요구에 불응키로 가닥이 잡혔다고 한다. 공교롭게 이 대통령은 전날 각 부처에 이례적인 지시를 하달했다. “국정감사에 적극 협조하라.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 지적을 적극 수용하라.” 대통령이 내각을 향해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존중하라 지시할 때, 정작 대통령실에선 실세 비서관의 국회 불출석 방침이 정해지고 있었던 셈이다.

역대 정권마다 대통령을 보좌하며 궂은일을 맡은 이들이 대통령실에 있었다. 야당이 그런 이를 콕 집어 부르는 것도 늘 있었던 일이다. 박근혜정부 총무비서관은 국감장에서 ‘정윤회 문건’ 의혹에 대해, 윤석열정부 총무비서관은 김건희 여사 국정 개입 의혹에 대해 야당의 추궁을 받았다. 진보 정권이던 노무현정부에선 문재인 전해철 민정수석이 국회 운영위원회뿐 아니라 법제사법위원회, 재정경제위원회에도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했다. 그런 이들의 국회 답변 때문에 정권이 큰 상처를 입은 전례도 없다.

지금 이상한 건 김 실장을 부른 야당이 아니라 여권이 왜 이렇게까지 막아서느냐다. 어느 여당 의원은 “조 대법원장과 김 실장의 체급이 같냐”고 했는데, 정권의 행태가 김 실장을 대법원장급으로 키워버렸다. 그를 감춘 채 국감을 보낸다면 의구심은 더욱 커질 것이다. 김 실장은 국회에 나와 국민의 대리인이 묻는 말에 답해야 한다. ‘국민주권정부’에서 주권자의 감독을 벗어난 인물이 있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