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미국은 중국을 해치려는 게 아니라 돕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불붙는 가운데 유화적 메시지를 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치고 빠지기’를 통해 협상력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소셜에 “그(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는 중국이 불황에 빠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적었다. 또 “중국에 대해 걱정하지 마라. 다 잘될 것”이라며 “존경받는 시진핑 주석이 잠깐 안 좋은 순간을 겪은 것뿐”이라고 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를 언급한 것으로, 시 주석이 ‘안 좋은 순간’에서 벗어나면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서 초고율 관세 보복을 언급하던 것과는 기류가 달라진 발언이다. 트럼프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자 지난 10일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11월부터 부과하겠다며 맞대응에 나섰다. 중국의 수출 통제에 대해선 “사악하고 적대적”이라고 비난했다.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는 말도 했지만 APEC 회의에 참석은 하겠다고 했다. 시 주석과 회담의 문은 여전히 열어둔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이스라엘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 안에서 취재진과 만나서도 “나는 시 주석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며 “그는 매우 강인하고 똑똑한 사람이다. 중국의 훌륭한 지도자”라고 칭찬했다. 트럼프는 다음 달 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여전히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지금은 그렇다”면서도 “어떻게 될지 보자”고 말했다. 이어 “11월 1일은 나에게 아주 먼 미래와 같다. 다른 사람들에겐 임박한 시점 같겠지만 내게 11월 1일은 먼 미래처럼 느껴진다”며 아직 협상 시간이 남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도 중국을 비판하면서도 협상 여지를 남겼다.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 갈등에 대해 “많은 부분은 중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나는 중국이 이성적인 길을 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이 만날 가능성에 대해 “(상대가) 대화에 관심이 있다면 대통령은 잘 알려진 대로 늘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이 우호적으로 나올지는 미지수다.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의 크레이그 싱글턴 중국 담당 선임연구원은 폴리티코에 “관세 휴전은 공식적으로 끝났고 이제는 ‘상호 확증 파괴’라는 새로운 역학이 시작되고 있다”며 “양측은 통제 불가능한 여파를 일으키지 않는 한도 내에서 경제적 상호 의존성을 얼마나 무기화할 수 있는지를 계속 시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