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청 신청사 설계안을 놓고 잡음이 새어 나오고 있다. 신청사가 들어설 지역을 관할하는 달서구가 국제설계공모를 통해 선정된 설계안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13일 대구시청에서 신청사와 관련해 기자설명회를 열었다. 대구시가 최근 발표한 신청사 국제설계공모 심사 결과에 대해 “시민에게 자부심을 심어줄 역사적 랜드마크가 아니라 넓은 공간의 무난한 행정 청사로 전락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신청사 건물의 높이와 디자인에 대구시민정신을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에 주변 고층 아파트 등에 가리지 않도록 건물을 더 높이고 디자인을 바꿔야 한다”며 “신청사 설계 조감도를 다시 그리거나 대폭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달서구는 당선작 발표 직후 실망감을 나타내는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앞서 대구시는 신청사 국제설계공모를 진행했다. 심사를 통해 나우동인건축사무소 컨소시엄의 ‘포레스케이프(FORETscape)’를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지하 2층, 지상 24층에 연면적 11만8300여㎡ 규모로 두류공원 숲과 어우러진 문화공간이라는 비전을 제시한 작품이다.
신청사는 민선8기 들어 사업이 보류돼 갈등을 빚다 재추진이 결정되는 등 논란이 많았다. 이에 대구시는 신속하게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시는 내년 신청사 착공, 2030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산은 약 4500억원이다.
달서구가 더 높고 특색 있는 신청사를 원하고 있지만 예산 확보 문제 등으로 다시 신청사 설계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청사 건립을 위한 재원도 아직 확보되지 않았다. 전체 사업비 4500억원 중 현재 보유한 재원은 신청사 건립 기금으로 모아놓은 700억원이 전부다.
시는 공유재산 23건을 매각해 잠정적인 감정가에 해당하는 4200억원을 확보할 계획이지만 지금까지 팔린 공유재산은 도로 부지 1건(77억원)뿐이다. 현재 보유 예산으로 내년 신청사 사업을 시작할 수는 있겠지만 추가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공사를 지속하기 어렵다.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공유재산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사비 증가도 우려된다. 대구시는 지방채를 발행해 신청사 건립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