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방예산은 국익 위한 투자다

입력 2025-10-14 00:30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재집권 이후 한반도의 안보 환경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의 안보 공약은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으며, 한국의 자강 의지가 고양되고 실행되지 않는다면 동맹의 울타리마저 흔들릴 수 있다. 우리가 국방예산을 스스로 책임지고 강화해 미국의 부담을 줄여주며 정찰·감시·정보·대량보복 능력 등을 갖추고 미국과 협력해 확장억제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면서 전작권을 회복할 필요도 여기에 있다.

우리 군은 중대한 변곡점에 있다. 내부적으로 인재 확보와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 유능한 젊은이가 군인을 ‘매력적인 직업’으로 인식할 수 있어야 우리 군이 지속 가능한 국방력을 가질 수 있다. 외부적으로는 인공지능(AI), 드론 등 신기술이 전쟁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러났듯 AI가 탑재된 드론 공격은 전통 전력만으로 대응할 수 없는 새로운 환경을 만들었다. 첨단 AI로 무장한 전투 로봇과 자율 드론 등을 활용하는 스마트 정예 강군을 육성하려면 국방예산이 증액돼야 한다.

중요한 것은 첨단 전장기술이 곧 국가산업과 상호 작동한다는 점이다. AI, 드론, 우주 등 국방전략기술은 기술고도화와 산업 성장의 기반이 되고, 기술발전과 경제성장은 국방력 강화로 이어진다. 따라서 연구·개발(R&D)을 포함해 국방예산 투자를 확대하면 ‘기술 패권시대’를 선도하는 교두보를 확보하고 K방산의 글로벌 4강 도약도 이룰 수 있다.

한국의 국방예산은 2025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2.33% 수준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2% 기준을 넘는다. 그러나 우리의 안보 환경을 고려하면 그 이상이어야 한다. 미국과 나토가 최근 합의한 2035년까지 3.5%로 높이는 방안이 최저 수준이다. 이를 위해 향후 10년간 8% 이상 안정적 증액이 필요하다. 정부가 2026년도 국방예산안을 66조2947억원으로 전년보다 8.2% 증액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이 모멘텀을 놓치지 말고 이어나가야 한다. 재정 당국 입장에서는 복지, 교육도 중요하다. 그러나 안보가 무너지면 복지도, 교육도 설 자리를 잃는다. 국방은 모든 국정 분야의 성취를 뒷받침하는 기둥이다. 국가안보를 지탱하며, 산업과 기술까지 도약시킨다. 국방예산은 필수 투자라는 마음으로 꾸준히 확보돼야 한다. 우리 외교안보의 주축인 굳건한 한·미동맹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도 긴요하다. 이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첫걸음을 뗐으니 이 동력을 유지해 불확실한 위협 속에서도 미래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가 직면한 위기가 날로 심화되고 자강력 증진의 필요성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국방예산을 여전히 소모성 비용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우리의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국방예산은 협력적 자주국방은 물론이고 기술경쟁력과 경제성장도 확보하게 해 대한민국의 영광된 미래를 보장해줄 현명한 투자다.

홍현익 전 국정기획위원회 외교안보분과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