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달 우리나라 경제 재도약을 목표로 150조원의 국민성장펀드 조성을 발표했다. 목표는 인공지능(AI) 30조원을 비롯해 반도체(20조9000억원), 모빌리티(15조4000억원), 바이오(11조6000억원), 이차전지(7조9000억원), 미디어·콘텐츠(5조1000억원), 항공우주·방산(3조6000억원), 수소·연료전지(3조1000억원) 등에 펀드가 투자된다. 총 150조원의 투자 중 정부의 첨단전략산업기금 75조원과 민간·금융권 재원 75조원이 조성된다.
투자 방식은 직접·간접 지분투자 50조원, 인프라 투융자 50조원, 초저리 대출 50조원 등 종합적 지원이 이뤄지고, 투자 기간은 향후 5년이다. 이러한 정부의 국민성장펀드 조성과 투자는 금융 자원이 벤처 생태계를 바꾸고 장기 인프라에 대규모로 투자돼 경제 성장을 위한 마중물이 될 수 있다. 또한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에 대한 장기 투자를 통해 혁신성장의 동력을 강화할 수 있다. 미래 핵심 산업의 밸류체인을 강화하고 전반적인 산업 생태계 활력을 높여 우리나라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도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대규모 투자는 6~7년 동안 장기 저성장 상황에서 중요한 기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도적 측면이 어느 정도 해결돼야 재원이 제대로 쓰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바뀔 것이 금산분리다. 1982년 처음 도입돼 43년이 된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원칙이며, 대기업이 은행을 소유하면 은행 돈을 계열사에 집중하거나 사금고처럼 쓸 위험이 있기 때문에 만들어졌다. 그러나 빅테크부터 모든 금융사에 진출한 지금 금산분리는 완화될 필요가 있다. 완전한 금산분리가 힘들다면 국민성장펀드가 사용되는 산업에서는 일부 완화될 필요가 있다.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제도도 일부 완화될 필요가 있다. 지주사 완전 100% 자회사로만 설립되고 부채비율은 200% 이내, 그룹 계열사 투자 제한, 펀드 외부 자금 비중 40% 제한, 해외투자 총자산 20% 이내로 제한돼 있다. 펀드의 외부 자금 비중 증가, 해외투자 비율 증가 등도 변화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외부 자금에 대한 제약이 완화되는 경우 모회사뿐 아니라 외부투자자(LP)의 자금 유치가 추가적으로 가능해지며 CVC의 위탁운용사(GP)의 역할 수행도 가능해진다. 즉 A라는 기업이 1억원을 투자하면 금융회사는 5억원도 투자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 따라서 대기업들이 투자 대상을 고르면 자본력을 갖춘 금융회사가 뒷받침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 반대로 금융회사가 투자 대상을 고르고 투자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용처가 중요하다. 대기업이나 빅테크들은 이미 자본력을 갖추고 있다. 내부유보, 금융권 차입, 채권 발행, 주식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 오히려 국민성장펀드의 상당액이 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이나 신기술을 활용하는 제조업에 쓰일 필요가 있다. AI, 빅데이터, 양자컴퓨터, 로봇 등의 신기술들을 영위하는 기업은 기술인력, 데이터, 프로그램이 필수 요소다.
그러나 지금 기술인력은 해외로 대부분 나가 있어 기술을 개발할 사람이 부족한 상황이다. 기술인력을 가지고 있으나 매출이 아직 발생하지 않은 기술중소기업에 투자가 이뤄져야 하고, 기술인력 고용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예전처럼 매출액을 보고 투자하는 순간 기존 금융회사가 대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투자이기 때문에 10곳 가운데 2~3곳만 성공해도 대박이다. 그런 기업이 현재의 대기업이고 예전 미국의 실리콘밸리 기업들이었다. 이러한 기업의 탄생이 경제 성장의 초석이 될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