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난 3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 개혁을 실시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구조개혁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한국보다 먼저 연금개혁을 시도한 해외 주요 국가들도 적정 연금 수급 연령에 대해 고민하는 등 보장성과 지속가능성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13일 국민연금연구원 등에 따르면 영국은 지속가능한 연금제도를 모색하기 위해 지난 7월 연금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위원회는 연금 지출이 2024~2025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5.2%에서 2073~2074년 7.9%로 급증한다는 점을 현행 연금제도의 문제로 꼽고 있다.
영국은 ‘신국가연금’을 보험료를 낸 만큼 받는 명목확정기여형(NDC) 방식으로 운영 중이지만 연금 수급 연령을 주기적으로 재검토한다. 노동시장 구조와 기대수명이 계속 변화한다는 점을 고려해 최소 6년마다 연금 수급 연령을 재검토하도록 2014년 법으로 명시했기 때문이다. 영국은 이에 따라 지난 7월 국가연금 수급 연령과 기대수명 연계의 필요성 등을 분석하는 제3차 공식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스웨덴은 이미 연금 수급 연령을 지속적으로 상향해 왔다. 2020년 1월부터는 61세에서 62세로 상향됐고, 평균 기대 여명을 바탕으로 2026~2029년 64세로 추가로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스웨덴은 수급 시기를 늦추는 대신 세제 혜택을 확대했다. 올해부터 67세 이상 국민에 대해 연간 소득이 약 88만원 미만인 경우 세금을 납부하지 않게 한다. 연 소득이 약 4519만원 이하이면 세금을 최대 8%까지만 내게 했다.
일본은 수급 연령 연장 등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고안한 영국, 스웨덴과 달리 보장성을 강화하는 기조를 택하고 있다. 단시간 근로자를 대상으로 후생연금 적용 대상을 확대한 것이 그 예다. 재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민연금 보험료 재원의 절반을 국고에서 부담하도록 2014년 법률로 명시했다.
한국도 급속한 고령화라는 위기의식 속에 모수 개혁과 함께 연금 급여에 대한 국가 지급보장을 명문화하는 등의 방안을 함께 제시했다. 하지만 연금 재정 상황은 여전히 어렵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달 ‘사회보장 장기 재정추계 통합모형 구축’ 보고서에서 올해 연금 수입은 지출보다 7조7000억원 많지만, 2050년이면 지출이 수입을 초과해 205조7000억원 적자일 것으로 전망했다.
세종=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