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생, 새 연금법 시행땐 돌려받는 비율 1위→ 꼴찌 ‘뚝’

입력 2025-10-14 00:03
게티이미지뱅크

내년 1월 시행되는 개정 국민연금법을 따를 경우 2000~2009년에 태어난 이들의 연금 수익비(낸 돈에 비해 돌려받는 비율)가 현행 2.18에서 1.65로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전 연령대와 비교할 때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정치권이 18년 만의 ‘연금개혁’에 의미를 부여한 것과 달리 젊은 세대일수록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향후 자동조정장치 도입, 다른 사회제도와의 역할 재정비 등 근본적인 ‘연금구조개혁’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한국재정학회의 ‘세대 간 회계를 활용한 연금제도의 세대별 혜택 및 부담 변화 분석’ 논문을 보면 현행 국민연금 체계(보험료율 9%·명목 소득대체율 40%)에서 2000년대생의 수익비는 2.18로 1950년 이후 10년 단위로 나눈 집단 중 가장 높다. 1990년대생은 2.17, 1980년대생은 2.16으로 추산된다. 잔여 가입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1970년대생의 수익비는 1.98이다. 이미 연금을 받는 1960년대생과 1950년대생은 각각 1.73, 1.71로 나타났다.

개정 국민연금법을 적용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국회는 지난 3월 20일 연금 가입자가 납부하는 보험료율과 연급으로 받는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보험료율은 13%로 인상하되 내년부터 2033년까지 매년 0.5% 포인트씩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은 43%로 인상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대입하면 젊은 세대일수록 수익비는 더욱 크게 꺾인다. 2000~2009년생의 수익비는 1.65로 0.53만큼 감소해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이에 비해 1970년대생의 수익비는 1.98에서 1.92로 0.06 감소하는 데 그쳤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재정학회와 비슷한 결론을 낸 바 있다. 예정처는 지난 6월 ‘2025년 국민연금법 개정의 재정 및 정책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젊은 세대의 연금 수익비가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법 개정으로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춘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예정처는 이번 개정으로 국민연금 기금 재정수지 적자 전환 시점이 2048년으로 개정 전보다 7년, 기금 소진 시점은 2065년으로 개정 전보다 8년 늦춰질 것으로 전망했다. 개정이 없었다면 국민연금 기금은 2056년 소진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국민연금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큰 상황이다.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한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고령화 심화와 기대 여명 증가로 연금을 지급해야 할 인구는 느는 가운데 저출산으로 보험료를 낼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여서 미래세대의 부담은 갈수록 불어난다. 개정안에 반발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국민연금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청년 단체들이 참여하는 연금개혁청년행동이 만 18세 이상 국민 10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8~29세에서는 29.4%, 30대는 29.0%가 ‘국민연금을 폐지하는 것이 국민연금 개혁방안’이라고 응답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기금이 소진된 이후에는 그 해 필요한 연금 급여액 지출을 그해 보험료 수입으로 바로 충당하는 ‘부과 방식’을 택해야 한다”며 “필요한 지출 대비 보험료가 부족하니 국고나 세금 투입이 불가피할 텐데 미래세대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보험료율과 소득 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개혁을 넘어 연금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구조개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자동조정장치 도입이 대표적이다. 자동조정장치는 국가의 인구구조, 경제 상황 등에 따라 급여 수준, 수급 개시 연령 등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장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4개국이 도입 중이다. 국내에서도 지난 3월 개정안 논의 당시 여야가 검토했지만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하고 도입이 무산됐다.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할 경우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점도 더 늦출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정부 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급여 지출이 보험료 수입보다 많아지는 2036년에 자동조정장치를 발동하면 기금 소진 시점이 2088년(기금수익률 5.5% 적용 시)으로 늦춰진다. 다만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될 경우 수급액이 줄어든다는 우려도 있어 세심한 모델 설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금제도와 다른 사회제도 간 소득 재분배 역할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연금을 통해서가 아닌 다른 복지제도를 통해 최저 생활 수준을 보장해 주자는 것이다. 퇴직 후 재고용 같은 노동시장 개혁안과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윤 연구위원은 “고령화와 함께 평균 수명이 늘어나기에 퇴직 후 재고용을 하면 고령층도 월급을 일정 기간 받게 하는 동시에 연금 가입 기간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을 납입 시점으로 구분해 관리하는 ‘신연금’을 도입하자는 제안도 있다. 기성세대의 구연금과 미래 세대의 신연금으로 분리해 운용하자는 것이다. 이강구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지난해 이런 내용의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국민연금 구조개혁 시점부터 납입되는 모든 보험료는 기존 연금기금과 구분해 신연금의 연금기금으로 적립하고 향후 기대 수익비가 1인 연금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