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美현지에 직접 조선소 세울까

입력 2025-10-13 00:52

미국 조선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HD현대가 방식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현지 조선소 지분 매입부터 조선소를 직접 건립하는 방안까지 폭넓게 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결국 한·미 관세 협상 추이와 미국 내 규제 개선 등에 따라 전략이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미 조선소 지분 매입과 인수, 직접 건립 방안 등을 두루 검토 중이다. HD현대는 올해 미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와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미 선박 전문 기업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와 상선 공동건조를 위한 파트너십을 연이어 체결했다. 이를 통해 현지 네트워크를 강화했다면 이제는 생산 기지 확보를 본격적으로 검토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이를 위한 자금은 HD현대가 미 사모펀드인 서버러스 캐피탈, 산업은행과 함께 조성하는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을 통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가 선박 유지·보수·정비(MRO) 위탁, 조선소 인수, 공동 건조 등을 뛰어넘어 현지에 직접 조선소를 건립한다면 대규모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HD현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외부 변수가 많다는 점이다. 한·미는 지난 7월 말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3500억 달러(약 493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시행하기로 합의했지만, 이후 구체적인 투자 방식과 이익 배분 문제를 놓고 입장차를 드러내며 공전하고 있다.

외국 기업의 미국 선박 시장 진출을 제한해온 존스법도 걸림돌로 꼽힌다. 1920년에 제정된 존스법은 미국 내 항구를 오가는 모든 화물은 미국에서 건조하고 미국 선적이며, 미국 시민이 소유한 선박으로만 실어나르도록 하고 있다. 지난 6월 존스법을 폐지하는 내용의 ‘미국의 수역 개방 법안’이 미 상·하원에서 각각 발의됐지만 미 조선업계 등의 강력한 반발로 실제 통과까지는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존스법의 예외 적용 조항을 신설하는 ‘상선 동맹국 파트너십법’이 지난 8월 발의된 상태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