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춤에 넋나간 ‘스리백’… 파라과이전 명예회복?

입력 2025-10-13 01:28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을 앞둔 홍명보 축구 대표팀 감독이 12일 고양종합운동장 보조구장에서 열린 공개 훈련에서 선수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내년 북중미 월드컵을 8개월 앞두고 홍명보호가 냉엄한 현실을 직시했다. 미국 원정에서 성과를 냈던 스리백 전술도 브라질의 막강한 화력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많은 과제를 떠안은 대표팀은 파라과이전에서 분위기 반전이 절실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FIFA 랭킹 23위)은 오는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파라과이(37위)와 평가전을 치른다. 지난 10일 브라질(6위)과의 평가전에서 0대 5로 대패한 터라 반드시 승리가 필요하다. 홈에서 5골 차로 패한 건 2001년 프랑스전 이후 24년 만이다.

파라과이는 객관적 전력에선 한국보다 낮지만 방심할 수 없는 상대다. 파라과이는 지난 10일 일본 원정에서 일본(19위)과 2대 2 무승부를 거뒀다. 특히 포트2 끝자락에 서 있는 한국은 파라과이전에서도 승리를 놓치면 포트3로 밀려날 위험이 있다. 포트가 높을수록 강팀을 피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브라질전에서 허점을 드러낸 스리백 전술을 매만지는 게 시급한 과제다. 대표팀은 지난 9월 A매치에서 스리백을 앞세워 미국에 2대 1 승리, 멕시코와 2대 2 무승부를 거두며 자신감을 얻었다. 월드컵 본선에 대비해 스리백을 ‘플랜A’로 굳히려는 구상이었지만 세계 최고 기량의 브라질을 상대로는 전혀 통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날 대표팀은 수비 대형을 갖추고도 브루노 기마랑이스의 스루패스 한방에 선제골을 내줬다. 이후에도 페널티 박스 안에 많은 수비수가 있었지만 브라질의 연계플레이에 또 한 번 골문이 뚫렸다. 후반엔 브라질의 거센 압박에 ‘철기둥’ 김민재마저 실수했고, 곧이어 백승호까지 공을 빼앗기면서 두 골을 헌납했다. 브라질의 빠르고 예리한 역습에 쐐기골까지 허용했다.

한국은 전술의 전제조건인 압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경기 내내 공격과 수비 공간이 벌어졌다. 결국 양쪽 윙백이 내려서는 파이브백 대형으로 상대하면서 중원에서 두 명의 미드필더만이 버티는 상황이 이어졌다. 뻥 뚫린 한국의 중원에서 브라질 선수들은 자유롭게 내달렸다. 빌드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도 상대의 강한 압박에 번번이 공을 빼앗겼다. 전방에 고립된 손흥민은 단 한 차례의 슈팅도 날리지 못했다.

홍 감독은 “미국 원정 때와 달리 압박 타이밍과 강도 등에서 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적장인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한국의 수비 간격이 벌어져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며 “브라질 레벨이 훨씬 높았다”고 평가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