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해진 日총리 경우의 수… 13년 만의 정권교체도 거론

입력 2025-10-13 02:19

중도 보수 성향 공명당이 집권 자민당과의 연립 정권에서 이탈하면서 일본 총리 선거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자민당이 한층 불안정한 ‘단독 소수 여당’ 처지에 놓이면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가 새 총리로 선출될지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일본 언론에서는 13년 만의 정권교체 시나리오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다카이치 총재가 가까스로 총리로 선출돼도 취약한 집권 기반으로 인해 국정 운영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현재 자민당(196석)은 공명당(24석)의 이탈로 중의원 과반인 233석에서 37석이 부족한 상황이 됐다. 이미 자민당은 공명당을 합쳐도 과반에서 13석이 부족했는데 여소야대 국면이 더 심화된 것이다.


지난 4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 다카이치는 이튿날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와 비공개로 회동했다. 다카이치가 기존 연정에 중도 성향 국민민주당을 끌어들이려 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정작 ‘집토끼’였던 공명당이 지난 10일 ‘비자금 스캔들’ 대응에 소극적인 자민당과 함께할 수 없다며 연정 이탈을 선언했다.

당초 자민당은 오는 21일쯤 임시국회를 열고 총리 지명 선거를 치를 예정이었지만 정국은 안갯속에 빠졌다. 다마키 대표는 “공명당이 빠지면 국민민주당을 더해도 과반이 되지 않는다”며 “(자민당과의 연정 논의는)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자민당은 제2야당 일본유신회와 새롭게 접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 자민당 지도부와 일본유신회 간에 접점이 거의 없어 연정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일본 언론에선 총리 선거와 관련해 3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우선 자민당 단독 소수 여당 체제로 다카이치가 총리가 되는 시나리오다. 내각제 일본에선 집권당 대표가 바뀌면 총리를 새로 뽑고 총리 지명 선거는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각각 실시한다. 최종 결정권은 중의원에 있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면 당선이 확정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상위 2명 결선투표에서 다득표자가 총리가 된다.

현재 중의원은 자민당(196석)과 공명당(24석) 외에 입헌민주당 148석, 일본유신회 35석, 국민민주당 27석, 기타 35석으로 구성돼 있다. 공명당은 결선투표 진행시 기권하거나 사이토 데쓰오 공명당 대표에 투표할 방침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결국 남은 3개 주요 야당 사이에 단일화가 되지 않으면 다카이치가 결선에서 총리로 선출될 수 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자민당이 다른 야당과 손잡고 선거에서 승리하는 방식인데, 국민민주당과 일본유신회가 연정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점이 걸림돌이다. 세 번째는 야당 단일화로 13년 만의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시나리오다. 현재 단일 후보로는 다마키가 거론된다. 다만 진보 성향 의원들이 40~50명가량 포진해 있는 입헌민주당과 다른 중도 보수 성향 정당의 연합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다마키는 “입헌민주당의 ‘원전 제로’ 같은 방침으로는 정책 일치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명당의 이탈로 오히려 자민당의 보수 노선이 강화되고 일본의 다당제 현상이 심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과반수 찬성을 얻어 정치를 진전시키는 다수파 형성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각 당이 국민 환심을 사려고 선심성 정책에 치우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