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도 버거운데 희토류 싸움까지… 먹구름 짙어지는 韓 수출

입력 2025-10-13 00:03
여한구(오른쪽)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10일(현지시간) 2025 주요 20개국(G20) 무역투자장관회의가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그케베르하 보드워크호텔에서 리청강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협상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양국은 최근 강화된 희토류 가공품 및 관련 기술 수출 통제 조치 등에 대해 논의했다. 산업통상부 제공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에 미국이 ‘100% 추가 관세’ 부과를 공언하며 재차 충돌하자 한국의 수출 전선에도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한·미 관세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미·중 갈등으로 인한 글로벌 교역 침체까지 겹칠 경우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다. 이달 말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의 힘겨루기가 얼마나 이어질지가 관건으로 거론된다.

12일 관계부처와 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이후 반년 만에 재현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가 국내에 당장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정부가 지난 9일 희토류 7종에 이어 추가로 5종을 수출 통제 대상에 추가했지만 여기에 포함된 디스프로슘과 이트륨 등은 6개월분 이상 공공 비축량을 보유한 상태다. 다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반도체·전기차·방산 등 희토류를 주요 소재로 쓰는 핵심산업의 공급망 불안은 확산할 수 있다.

향후 첨단 반도체칩 제조 등에 사용되거나 군사용 인공지능(AI) 연구개발에 투입되는 희토류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제동이 거세질 가능성도 있다. 희토류는 시스템·메모리 반도체 등을 비롯해 전기차 구동 모터, 전투기·잠수함 등 첨단 군사장비에 필수적인 광물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통상연구원장은 “중국이 희토류 통제 재량권을 확대해 국내 기업에 대한 수출 허가를 까다롭게 적용할 경우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對)중국 100% 보복관세 엄포도 수출 불확실성을 키운다. 다음 달 100% 관세가 현실화하면 글로벌 교역이 크게 위축되며 중국과 미국이 각각 1, 2위 교역국인 한국 역시 연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자동차·철강 관세 장벽을 잇달아 높이는 상황에서 추가 피해가 예상된다.

재점화한 미·중 갈등이 교착상태인 한·미 관세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장 원장은 “미국으로선 중국을 대체할 탈중국 공급망을 구축하고 우방국 간 협력을 더 증진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대미 투자 규모를 줄이는 대신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에 한국이 더 기여하겠다는 제안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도 “교착상태에 빠진 대미 협상을 푸는 과정에서 중국과의 관계 설정이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한·미 재무 당국은 오는 1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관세 현안 논의를 진행할 전망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총회 기간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양자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양국의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와 ‘무제한 통화 스와프 체결’ 요구가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진전된 합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