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대학생이 캄보디아에서 고문당해 숨진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총력 대응을 선언했다. 국가수사본부장의 현지 방문을 추진키로 했고, 국내에 있는 사건 관련 대포통장 모집책 일당 일부를 검거했다.
경찰청은 이른 시일 내 캄보디아 현지 상황을 점검하고 수사 공조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박성주 국수본부장의 캄보디아 방문을 추진 중이라고 12일 밝혔다. 또 13일 오후 경찰청 국제협력관이 중국 및 동남아시아 지역의 경찰 영사 등 15명과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현지 경찰과의 협조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북경찰청은 숨진 대학생을 캄보디아로 유인한 국내 대포통장 모집책 1명을 지난달 사기 등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두 사람은 사회에서 알게 된 사이로 조사됐다. 경찰은 계좌 거래 명세와 통신 기록 등을 토대로 대포통장 모집책의 상선 조직도 추적하고 있다. 또 캄보디아 현지에서 이달 중 공동 부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시신 인도와 장례 절차는 캄보디아 수사 당국의 수사 절차가 마무리된 뒤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캄보디아 경찰은 부검에 앞선 검안에서 사망 원인을 ‘심장마비’(고문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로 기재했다.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을 상대로 한 취업사기 범죄는 ‘고수익 일자리’를 미끼로 청년을 유인해 감금·폭행으로 노동을 강요하는 식이다.
실제 지난 2일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의 한 호텔에 감금됐던 한국 국적 남성 A씨와 B씨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실의 도움으로 빠져나왔다. A씨는 IT 관련 업무를 하면 월 800만~1500만원의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온라인 구인글을 보고 캄보디아로 향했다. 하지만 막상 캄보디아에 도착하니 회사는 공무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을 시키는 범죄단지(웬치)였다. 이어 캄보디아 곳곳에 끌려다니며 가혹한 폭행을 당했다.
다만 정부는 온라인 스캠 관련 취업이란 걸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가담하는 경우가 많으며 구출된 뒤에도 스스로 복귀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전날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순수한 취업사기 피해자 외에 온라인 스캠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국내 가족들에게는 비밀로 한 채 자발적으로 가담하는 사례가 많다”며 “구출된 뒤 대사관의 영사조력을 거부하고, 귀국 후 다시 캄보디아에 입국해 온라인 스캠센터로 복귀하는 경우도 상당수”라고 설명했다.
주캄보디아대사관은 피해 국민에게 ‘본인 직접 신고’를 당부하고 있다. 캄보디아 경찰이 취업사기·감금피해 신고 시 신고자가 직접 위치와 연락처, 건물 사진, 여권 사본, 얼굴 사진, 본인 구조요청 영상 등을 전송하도록 요구하는 데 따른 것이다. 외교부는 “우리 정부는 감금 상태에서 신고자가 캄보디아 당국이 요구하는 정보를 모두 제공하기 어려우므로 신원과 위치정보만으로도 경찰이 출동할 수 있도록 절차 간소화 방안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안동=김재산 기자, 임송수 최예슬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