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월 2000’… 죽음 부른 캄보디아 취업 사기 SNS 도배

입력 2025-10-12 18:53
사진=EPA연합뉴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감금 사건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월 수천만원의 고수익과 최고급 숙소 등을 내세운 동남아 텔레마케팅(TM) 취업 알선 광고들이 SNS 등을 통해 대량 유통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국제경찰기구와의 초국경 합동작전을 추진하는 등 총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1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스타그램을 포함한 SNS에서 ‘해외 구인’ ‘해외 취업’ 등을 검색하면 TM 직원 구인, 캄보디아 프놈펜 근무, 한국인 남녀 무관 등의 동남아 취업 알선 게시글이 다수 등장했다. 항공권 지원, 숙식 제공, 주급 평균 500만원 이상 등 구체적인 조건을 내건 곳이 적지 않았다.

모집 직무는 대부분 텔레마케팅이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한 게시물은 ‘누구나 월 2000’이라는 제목을 앞세워 해외 TM 직원을 모집하고 있다. ‘빚도 쌓이고 삶이 막막하신 분들’ ‘신용불량자, 백수, 부자 되고 싶은 분들’을 환영한다는 문구도 있다. 간단한 고객 응대 업무이며 사전 교육이 이뤄지기 때문에 TM 경험이 없어도 된다는 설명이 곁들여져 있다.

이들 광고 대부분은 현지 유인 범죄에 해당한다. 취업 광고에 속은 이들이 캄보디아에 도착하면 범죄 조직은 여권과 휴대전화, 금품을 빼앗고 감금과 폭행을 일삼는다. 이후 위축된 피해자들을 보이스피싱 등 불법 행위에 가담시키는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에 따르면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 신고는 2022~2023년 연간 10~20건 수준에서 지난해 220건으로 늘었다.

경찰은 최근 급증한 캄보디아 내 외국인 납치·감금 사건이 악명 높은 마약 생산지인 ‘골든트라이앵글’의 변화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본다. 경찰 관계자는 “미얀마, 라오스, 태국의 메콩강 접경 산악지대인 골든트라이앵글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캄보디아로 범죄 조직이 쏠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한국인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베트남 등 주변국 사람들의 피해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가 최근 파악한 캄보디아 내 대규모 사기 작업장은 53곳에 달한다. 미국 싱크탱크 미국평화연구소는 캄보디아 사기산업 규모가 국내총생산의 약 절반에 달하는 연간 125억 달러(약 17조9500억원) 이상이라고 추산했다.

캄보디아 내 한국인 범죄 피해와 관련한 실질적인 지원 업무를 하는 한국 경찰은 협력관 2명에 불과하다. 대응 인원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관련해 경찰은 ‘코리안 데스크’를 캄보디아에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코리안 데스크는 해외 공관이 아닌 현지 경찰에 직접 파견 가 한인 대상 범죄를 전담하는 경찰관으로, 2012년 필리핀에 처음 설치됐다.

경찰청은 “오는 23일 캄보디아 경찰 당국과의 회담을 통해 코리안 데스크 설치를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 및 경찰 파견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터폴과 아세아나폴 등 국제경찰기구와의 초국경 범죄 합동작전도 편다는 계획이다.

임송수 김이현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