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는 최근 홈페이지에 SK하이닉스로 5년 전 이직한 퇴사자의 인터뷰를 실었다. 삼성전자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해 우울증을 앓다가 이직했다는 A씨는 삼성전자의 성과급 선정 방식을 “자기들 마음대로 하는 제도”라고 비판하고 SK하이닉스에 대해선 “연봉 역전 현상을 보전해주고 고과별 차등도 줄이고 있다”고 호평했다. SK하이닉스 방식의 성과급 책정을 요구하고 있는 삼성전자 노조가 사측을 압박하기 위해 제 얼굴에 침 뱉기 식의 무리한 여론전을 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노조 홈페이지를 보면 A씨는 삼성전자 재직 당시 열심히 일했고 부서 내 평판도 좋았지만 책임 시절 평가를 나쁘게 받아 고과 압박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우울증으로 병가를 냈다가 복귀한 뒤 퇴사했다는 그는 이직 당시 6000만원이던 연봉이 SK하이닉스에서 5년 만에 배 수준이 됐다고 전했다.
노조는 삼성과 산학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성균관대 재학생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두 회사 중 고른다면 내가 가고 싶은 회사는?’이라는 제목의 설문조사에는 ‘신입 연봉 삼성전자 약 7000만원, SK하이닉스 약 1억4000만원(성과급 포함)’이라는 설명이 달렸다. 경영성과에 따라 달라지는 성과급을 넣어 연봉 격차를 부각한 것이다. 응답자 중 67명이 삼성전자, 140명이 SK하이닉스를 택했다. 노조는 한 팀장이 추석 연휴 전 직원들과의 소통회에서 “고작 2000만~3000만원 가지고 인맥이나 커리어를 버리고 이직하지 말라”는 발언을 해 불쾌감과 모욕감을 줬다며 공식 사과를 요청하는 공문도 사측에 보냈다.
삼성전자 노사는 성과급 지급 기준이 되는 EVA(경제적 부가가치) 방식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사측은 투자 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는 EVA 산정 과정과 세부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깜깜이 성과급’이라고 문제삼고 있다.
이런 식의 노조 활동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조합원 처우 개선을 위해 노조가 할 일을 하고 있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소속 회사를 스스로 폄하해 내부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도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부문 실적 회복에 주력해야 할 시기에 경쟁사를 노골적으로 치켜세우는 건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1993년부터 30년 이상 1위를 지켜온 반도체 D램 시장에서 올해 1분기 처음 SK하이닉스에 1위 자리를 내줬다.
권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