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검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이어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게 내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는 CCTV 영상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계엄 당일 대통령실 CCTV에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이 적힌 이른바 ‘계엄 쪽지’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내란 가담·방조 혐의 적용의 결정적 근거가 됐다는 분석이다.
1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은 14일 박 전 장관의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이 같은 CCTV 영상을 적극 활용할 전망이다. 박 전 장관은 계엄 관련 지시를 받은 적 없다며 혐의를 부인해 왔는데, 특검은 이 주장을 깨는 핵심 근거로 CCTV를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박 전 장관은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법무부 출국 금지팀 실무자 대기, 수용공간 확보 등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박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 지시를 받아 계엄 관련 지시를 하달하는 등 계엄에 적극 가담했다고 보고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적용했다.
박 전 장관은 계엄 선포 국무회의에 참석했지만 계엄 쪽지는 받은 적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왔다. 하지만 CCTV에는 박 전 장관이 양복 안주머니에서 문건을 꺼내 보고 해당 문건에 메모하는 장면 등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계엄 쪽지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전 총리는 쪽지를 받은 사실을 부인하다가 특검 조사 과정에서 이를 인정했다.
CCTV가 박 전 장관 신병 확보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전 장관 영장심사에선 CCTV 영상이 영장 발부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등에서 계엄 쪽지를 “멀리서 봤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CCTV 영상에는 이 전 장관이 한 전 총리와 함께 계엄 쪽지를 보면서 논의하는 장면이 담겼다. 특검은 영장심사에서 이 전 장관의 주장과 맞지 않는 정황을 강조했고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전 장관 영장심사에서도 특검은 같은 논리로 증거인멸 우려 등 구속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조만간 조태용 전 국정원장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한 뒤 내란 혐의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조 전 원장은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전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계획을 듣고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계엄 이후 후속 조치와 관련한 수사는 이어질 전망이다. 특검은 정진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대통령실 PC 초기화를 지시하는 등 계엄 관련 증거를 폐기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또 계엄 해제 직후 김주현 전 민정수석,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이 이 전 장관, 박 전 장관 등과 사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는 이른바 안가 회동 의혹 등도 들여다보고 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