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점에서 빅테크 기업 간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분야는 인공지능(AI) 에이전트다. 질문을 던지면 답을 내놓는 수동적 메커니즘을 넘어 마치 ‘사람 비서’와 같이 목표를 두고 스스로 나아가는 AI의 시대가 오고 있다. AI 에이전트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는 바로 확장성이다. 국내외 빅테크들이 앞다퉈 외부 서비스와 손잡고 AI 에이전트의 활동 무대를 넓히는 이유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산하 난다(NANDA) 이니셔티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업에서 진행된 300여개 생성형 AI 프로젝트 중 95%는 매출 증가나 비용 절감 등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AI의 성능이 아닌 학습 격차가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출력 지향적’인 기존 생성형 AI는 데이터 주입을 통한 훈련과 정교한 명령어가 있어야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반면 AI 에이전트 경우 외부 개입 없이도 움직이는 ‘목표 지향적’ 모델로, 이런 단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여기에 AI 에이전트가 활용할 수 있는 정보와 기능의 범위를 넓혀 보다 뛰어난 비서를 만들려 한다. 오픈AI는 챗GPT에 캔바나 스포티파이, 익스피디아, 부킹닷컴 등 서드파티(제3자) 앱을 연결, 거대한 세계관을 구축했다. 오픈AI는 지난 6일(현지시간) 연례 개발자 회의 ‘데브데이 2025’에서 이같은 기능을 적용한 ‘앱 SDK’를 공개했다. 또 향후 몇 주 안에 배달 앱 도어대시와 레스토랑 예약 앱 오픈테이블, 쇼핑 앱 타깃, 차량 공유 앱 우버 등도 협력사에 추가된다고 설명했다. 이제 챗GPT는 ‘파티 음악 목록’에 맞는 음악을 스포티파이에서 골라오고, 택시를 불러달라 요청하면 자동으로 우버 앱을 작동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마존 웹 서비스(AWS)가 지난 9일 내놓은 AI 에이전트 모델 ‘아마존 퀵 스위트’ 역시 다양한 도구를 갖췄다. 현재 퀵 스위트의 연결 도구 목록에는 구글 드라이브와 마이크로소프트(MS) 원드라이브, 허깅페이스, 허브스팟, 인터콤 등이 포함돼 있다. 구글 크롬과 MS 엣지·아웃룩·워드·팀즈, 슬랙 등 일반 사무직원에게 필수적인 기능도 연동해 진입 장벽을 낮췄다.
네이버 역시 두나무 편입을 통해 AI 에이전트의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이미 미국 포시마크와 일본 소다, 스페인 왈라팝 등 각국 상거래 플랫폼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운 상태다. 여기에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흡수하면서 전세계 공용 결제 수단으로 각광받는 ‘스테이블코인’ 시장까지 선점이 가능해졌다. 향후 네이버의 AI 에이전트가 자사 상품 목록 중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물건을 찾아내고, 스테이블코인으로 물건 값까지 치르는 ‘직통’ 시스템이 완성된다면 커머스 분야에서는 확실한 우위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