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국정감사에서 유통업계 주요 경영진이 대거 증인석에 선다. 배달앱 등 플랫폼 수수료, 프랜차이즈 업계 불공정 거래, 유통 시장 재편 등 산업 전반의 쟁점이 한꺼번에 도마에 오르며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기업인 줄 세우기가 재현되면서 재계를 정쟁 도구로 삼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12일 유통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주요 상임위원회는 유통기업 수장들을 잇따라 증인으로 채택했다. 가장 많은 유통업계 인사를 불러 세운 곳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다.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를 비롯해 김기호 아성다이소 대표, 조만호 무신사 대표, 이주철 W컨셉 대표가 증인 명단에 올랐다. 중소기업 제품 모방 논란, 판매자와 플랫폼 간 수수료·정산 구조, 거래 공정성 등이 집중 점검 대상이다.
오는 24일 종합감사에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증인에 채택됐다. 신세계그룹의 G마켓과 중국계 이커머스인 알리익스프레스 합작법인 설립을 둘러싸고 소비자 정보 보호 관련 질의를 받을 예정이다.
정무위원회에서도 유통·프랜차이즈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줄줄이 소환됐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쿠팡플레이 요금, 대만 사업 확장, 플랫폼 불공정 거래 등과 관련해 질의가 예상된다. 다만 김 의장은 해외 체류를 이유로 최근 몇 년간 국감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아 이번에도 출석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쿠팡은 올해 국감에서 5개 상임위에 걸쳐 4명의 경영진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광고 노출, 일용직 근로제도 개선 등 각종 현안이 얽혀 있다. 김명규 쿠팡이츠 대표는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김범석 대표와 함께 정무위에서 배달앱 수수료 구조와 불공정 거래 논란을 놓고 질의를 받을 예정이다.
교촌치킨, 명륜진사갈비, 하남돼지집 등 프랜차이즈 운영사 대표들도 가맹사업 관련 의혹 해명을 위해 국감장에 선다. 김광일·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와 윤종하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홈플러스 사태와 매각 과정의 공정성 문제에 대한 질의를 받는다.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증인으로는 김병주 MBK 회장이 채택됐다. 홈플러스 입점주 대표 및 피해자 대책위 인사들과 대면할 가능성도 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지역축제 지원 과정에서의 특혜 의혹과 각종 법규 위반 논란에 대해 답하기 위해 행정안전위원회 종합국감 출석 요구를 받았다. 정지영 현대백화점 대표도 보건복지위원회 증인 명단에 올랐다.
기업인 소환이 과도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기업이 경영진의 증인 출석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일부 의원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기업인을 이용하는 측면이 있다”며 “이달 말 열리는 APEC 일정이 국감과 겹쳐 이중고를 겪는 기업들도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