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대출 1070조 역대 최대… 영세상인 연체율 12년만 최고

입력 2025-10-13 00:16
게티이미지뱅크

전국 자영업자들이 금융권에서 빌린 돈이 지난 2분기에만 2조원 불어나 다시 한번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형편이 어려운 자영업자들의 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여기에 영세 자영업자의 연체율마저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자영업자 사이에서도 ‘부채 양극화’가 한층 심화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기준 전체 자영업자의 전 금융기관 상대 대출 잔액은 1069조6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직전 1분기 말(1067조6000억원) 대비 2조원 증가한 액수로, 해당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가장 큰 잔액이다. 한은은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에서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은 사람을 자영업자로 분류하고, 이들의 사업자 대출과 가계대출 잔액을 합산해 자영업자 대출을 계산하고 있다.


대출 종류별로는 사업자 대출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1분기 말 719조1000억원이었던 사업자 대출 잔액은 3개월 만에 4조2000억원이 늘어 723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15조5000억원에 달했다. 가계대출 잔액은 352조3000억원에서 346조3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오히려 6조원 감소했다.

문제는 ‘부채 양극화’ 현상이다. 2분기 들어 증가한 자영업자 대출은 대부분 영세 자영업자의 몫이었다. 소득이 하위 30%에 속하는 ‘저소득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은 2분기 말 기준 141조3000억원으로 직전 분기(137조5000억원) 대비 3조8000억원 늘었다. 반면 중소득(하위 30~70%)·고소득(상위 30%)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각각 1조2000억원, 7000억원씩 감소했다.

설상가상으로 영세 자영업자의 상환 여력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2분기 말 기준 저소득 자영업자의 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율은 2.07%로 집계돼 3개월 만에 0.15% 포인트 올랐다. 2013년 3분기(2.84%) 이후 11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전체 자영업자의 연체율이 같은 기간 1.88%에서 1.78%로 0.1% 포인트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앞으로의 상환 전망도 밝지 않다. 어려운 자영업자들이 빌린 돈이 대부분 비교적 대출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저소득 자영업자의 2분기 말 상호금융 대출 잔액은 48조8000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2조5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은행권(1조3000억원) 증가 폭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서도 저소득·저신용인 동시에 다중으로 빚을 진 ‘취약 자영업자’를 상반기 말 기준 43만7000명으로 추정하고 주요 리스크로 꼽았다. 당시 한은 관계자는 “취약 차주의 부실이 여러 업권으로 빠르게 전이될 수 있어 신용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