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창 총리 “국제정세 혼란해도 단결·협력”… 북·중 밀착 강화

입력 2025-10-12 18:54 수정 2025-10-12 18:56

중국 총리로서는 16년 만에 북한을 공식 방문한 리창(사진) 총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박태성 내각 총리와 잇달아 만나 밀착을 과시했다. 북·중은 지난달 3일 중국의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김 위원장이 참석한 것을 계기로 관계 개선을 본격화하고 있다.

12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조선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북한을 방문한 리 총리는 11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박 총리를 만나 “국제정세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양국은 더 긴밀히 단결하고 협력해 정당한 권익과 국제적인 공정성 및 정의를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조선노동당이 북한 국민을 이끌어 자국 실정에 맞는 발전 경로를 걷는 것을 변함없이 확고하게 지지한다”며 “중국군의 6·25전쟁 참전 75주년인 올해 양국이 함께 기념 행사를 잘 개최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박 총리는 “깨뜨릴 수 없이 견고한 북·중 관계를 공고히 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조선노동당과 정부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라고 답했다.

리 총리는 이날 오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참배했다. 앞서 9일에는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양국 관계 발전 의지를 밝혔다.

리 총리는 중국 대표단을 이끌고 9~11일 북한을 ‘공식 우호 방문’했다. 중국 권력 서열 2위인 총리의 공식 방북은 2009년 10월 원자바오 총리 이후 16년 만이다.

이 밖에도 중국은 북한을 각별히 배려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10일 김 위원장에게 당 창건 80주년 축전을 보냈고 주중 북한대사관이 주최한 기념 행사에는 권력 서열 5위인 차이치 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를 참석시켰다. 지난달 25일에는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육상 우편 운송로를 5년 만에 재개통했다.

김 위원장은 당 창건일을 전후해 이례적으로 여러 차례 연설하며 체제 결속을 다졌다. 김 위원장은 4일 무장장비전시회, 8일 당창건사적관, 9일 경축대회, 10일 열병식까지 총 네 차례 연설했다. 2012년 집권 후 김 위원장이 당 창건일에 맞춰 두 차례 이상 연설한 적은 없었다.

김 위원장의 열병식 연설에서 대남·대미 메시지가 빠진 부분도 눈에 띈다.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신 국방력 강화를 강조하는 등 내부 결속에 집중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9차 당대회 때까지는 성과를 강조하며 체제 결속을 최대한 끌어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박준상 기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