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통제에 美 왜 발끈하나… 中수준 도달까지 10여년 걸려

입력 2025-10-13 02:02
사진=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에 초고율(기존에 100% 포인트 추가) 관세 부과 등으로 강경 대응하는 이유는 미국이 자체적으로 의미 있는 규모의 희토류를 생산할 수 없어서다. 미국은 위협감을 느끼고 자체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지만 현재 중국의 채굴과 가공 수준에 도달하려면 10여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희토류는 원소 주기율표에서 란타넘(La)과 루테튬(Lu)까지 란타넘족 15개 원소와 스칸듐(Sc) 이트륨(Y)을 포함한 17개 원소를 뜻한다. 이름과 달리 실제로 희귀하지 않지만 추출과 정제가 어려워 희토류라는 이름이 붙었다. 정제 과정에서 중금속과 방사성물질이 나와 인근 지역을 오염시킨다는 문제가 있다.

중국이 2010년 일본과 센카쿠열도 영유권 분쟁을 벌였을 때 일본에 희토류 공급을 끊은 것을 모두가 목격했지만 그간 이렇다 할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환경 규제가 엄격한 선진국에선 채산성이 더 낮아진다. 반면 중국은 정부의 보조금과 정책적 지원으로 희토류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이를 전략자산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의 9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이번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현재로선 짐작하기 어렵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0일 보도에서 “희토류 소재와 희토류 자석(희토류 원소를 금속과 합금해 만든 자석)만 대상으로 할 수 있고, 희토류가 포함된 다양한 부품과 구성품을 대상으로 할 수도 있다”며 “이러한 모호성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적인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희토류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LED 조명, 전기차 배터리, MRI 스캐너 등에 필수적인 소재다. 중국은 이번에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하면서 군사 용도의 인공지능(AI) 연구개발용 희토류 수출 신청은 개별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희토류는 F-35 전투기와 잠수함, 레이저, 위성, 토마호크 미사일 등에도 사용된다.

미국은 뒤늦게 밸류체인 구축에 나섰지만 중국의 정제·가공 수준을 따라잡으려면 최소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희토류 데이터 업체 희토류 거래소(Rare Earth Exchanges)는 “미국은 현재 중국의 희토류 지배력에 도전할 수 있는 인프라가 없다”며 “2040년까지는 완전한 공급망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