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이 오는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빅딜’ 회담을 앞두고 상대국에 대해 강경 조치를 내놓으면서 돌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로 미국의 급소를 겨냥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곧바로 초고율 관세 부과를 천명했다. 아직 협상 테이블이 엎어진 것은 아니지만 서로 위협을 주고받으며 아슬아슬한 샅바싸움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서 중국의 희토류 통제에 대해 “국제 무역에서 전례 없는 일”이라며 “11월 1일부터 미국은 중국에 대해 현재 부과 중인 관세에 추가로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핵심 소프트웨어에 대한 (대중국) 수출 통제도 시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지난 9일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방침을 발표했다. 전 세계 희토류 공급량의 70%를 쥐고 있는 중국은 희토류 관련 기술을 이용해 생산되는 제품에까지 통제 범위를 확대했다.
현재까지는 담판을 앞두고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전초전이라는 분석이 많다. 트럼프도 정상회담 자체를 깨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10일 백악관에서 취재진 질의에 “회담을 취소한 건 아니지만 열릴지는 모르겠다”며 “어쨌든 나는 (APEC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또 “아마 우리가 회담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앞서 트루스소셜에선 “2주 뒤 한국에서 열리는 APEC 회의에서 시진핑과 만날 예정이었지만 이제는 그럴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가 다소 유화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중국 상무부도 12일 입장문에서 “우리는 싸움을 바라지 않는다”며 일단 대화의 문을 열어두는 제스처를 취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중국은 새 제한 조치 시행을 12월 1일까지 연기했다. 트럼프도 보복 조치 시행을 11월 1일까지 미뤘다”며 “양쪽 모두 퇴로를 위한 시간을 남겨뒀다”고 짚었다.
다만 이번 충돌이 미·중 간의 장기적 갈등을 예고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트럼프가 시 주석과의 좋은 관계를 과시하면서 협상 의지를 나타내는 상황에서 시 주석이 갑작스럽게 새 전선을 열었기 때문이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중국의 최근 조치는 정교한 힘의 과시”라며 “이는 중국의 장기 전략과 트럼프 행정부의 즉흥적인 접근 방식 간 격차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