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취업 납치와 감금이 연달아 발생하고 구호를 위해 가자지구로 향하던 활동가 김아현씨가 피랍되는 등 해외에서 우리 국민이 피해자가 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일 “김씨의 안전 확보와 신속 석방, 조기 귀국을 위해 외교 역량을 최대한 투입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캄보디아 사건과 관련해서도 11일 외교부에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외교적으로 총력을 기울이라”고 했다. 다행히 이스라엘군에 나포됐던 김씨는 석방됐지만 캄보디아에서의 한국인 대상 범죄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정부는 외교력을 총동원해 캄보디아 정부와 공조를 강화하고 우리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국제적인 활동이 활발해질수록 해외에서 우리 국민을 향한 공격이나 범죄 가능성이 늘어나는 것은 필연적이다. 외국 내 치안 문제는 해당 국가의 사법권이 미치는 영역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에 우리 정부가 손놓고 있을 순 없다. 외교부와 법무부, 경찰청 등 관련 기관들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국민을 보호할 수 있도록 예산을 확보하고 제도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지난 10일 쿠언 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직접 외교부로 초치한 것은 정부가 이번 사안을 그만큼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현지의 경찰주재관 증원과 코리안데스크 신설 등도 캄보디아 측과 협의 중이지만 여기에 머물러선 안 된다.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지역의 온라인 사기 범죄 실태를 정밀 조사하고, 해외에서 발생한 한국인 피해자에 대한 지원 체계와 범죄자 송환 협력 등의 후속 대책도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형식적인 조치로 인식되는 국민에 대한 해외 안전 공지도 보다 실효성있게 개선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의 해외 사건 대처는 일이 발생하고 나서야 현지 공관의 대응을 강화하는 ‘사후 대응형 외교’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해외 여행객이 곤란한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현지 공관의 늑장 대응이나 무성의한 태도 등에 실망했다는 후일담도 적지 않았다. 정부의 노력을 통해 우리 외교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해외를 여행하거나 해외에서 활동하는 우리 국민에게 닥칠 수 있는 위기를 미리 차단하고 예방할 수 있는 국민 보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해외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도 피해자가 우리 국민이라면 정부가 반드시 해결한다,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은 정부가 지켜준다는 인식이 자리잡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면서 적극적·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우리 외교의 활약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