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본토 타격 신형 화성-20형 첫 공개… 핵무력 과시한 김정은

입력 2025-10-13 00:05 수정 2025-10-13 00:13

북한의 조선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은 국제사회에 핵·미사일 기술의 진보를 알린 쇼케이스로 평가된다. 북한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극초음속 미사일 등 첨단 무기부터 현대화한 재래식 무기에 이르기까지 총 전력을 과시했다. 공개 여부를 두고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고체연료 ICBM 화성-20형(추정 사거리 1만5000㎞)의 등장은 미국을 향한 핵 억제력을 완성했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외적 선언으로 볼 수 있다.

군 소식통은 12일 “북한의 올해 열병식은 2년간 진화한 군사기술과 자력으로 완성한 전략 무기를 과시하는 전시 무대였다”고 평가했다. 열병식에서는 화성-20형을 포함한 신형 미사일이 대거 공개됐다. 화성-20형의 전신 화성-19형이 포착됐고, 극초음속 활공체(HGV) 형상의 탄두를 장착한 KN-23 계열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인 화성-11마가 등장했다.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MRBM)인 화성-16나와 화살 계열 전략순항미사일, 신형 대공방어미사일도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은 화성-20형을 열병식 중심 전력으로 배치했다. 화성-20형은 미국의 북핵 대응 옵션은 물론 한·미·일 동맹 기반의 지역 안보 구도도 흔들 수 있는 장거리 타격 전력이다. 북한은 그동안 충분히 실전 배치 수준의 기술을 확보했을 때만 열병식에 선보였다는 점에서 화성-20형의 운용 능력을 확신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이 강조해 온 핵무력 고도화가 상징적 과시 수준을 넘어 실제 전력화 단계로 나아갔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다. 관영 매체 조선중앙TV는 “우리의 주적을 겨냥해 발사 명령만 기다리고 있다”며 “타격 사정권에 한계가 없음을 선언하는 초강력 전략 공격무기”라고 소개했다.

북한은 다탄두 재진입체(MIRV) 능력 확대를 위한 시험 발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MIRV는 한 발의 미사일로 여러 목표를 동시에 타격할 수 있어 미 본토뿐 아니라 한반도 전역과 주변 지역에 대한 위협으로 작용한다. 권용수 국방대학원 명예교수는 “화성-20형은 미국을 겨냥해 핵 투사, 억제 능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전 지구적 ICBM”이라며 “이제 북한에 일반적인 ICBM 비행 시험은 의미가 없다. 다탄두 능력 검증을 위한 시험 발사에 곧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화된 재래식 무기도 배치됐다. 기존 장비를 개량해 신형 전차로 탈바꿈한 천마-20과 신형 자주포가 등장했다. 자폭 드론이 탑재된 무인기 발사 차량도 처음 공개됐다. 이는 북한식 ‘핵-재래식 통합(CNI) 전략’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가 담긴 연출이다. 핵이 전쟁 억제 수단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전면전 상황에서 재래식 전력 운용과 병행 가능한 체계라는 개념을 시각화한 것이다. 올해가 김 위원장이 제시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