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사임한 총리 나흘 만에 재임명

입력 2025-10-12 18:40
AF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세바스티앵 르코르뉘(사진) 전 총리를 사임 나흘 만에 다시 총리로 임명했다. 기존 정부와 단절하라는 야권의 요구가 또다시 거부되면서 프랑스 정치권의 갈등은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엘리제궁은 이날 저녁 성명을 내고 “대통령이 르코르뉘를 총리로 임명하고 정부 구성 임무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추가 설명은 없었다.

르코르뉘는 긴축 재정을 추진하다 야권의 반발로 낙마한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의 뒤를 이어 지난달 9일 총리가 됐지만, 야권과의 예산안 협상에 실패하며 취임 27일 만인 지난 6일 사임했다. 르코르뉘는 사임 연설에서 정당들이 예산 협의보다 각자 공약과 2027년 대선을 염두에 둔 권력 경쟁에만 몰두해 정부 운영이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극좌·극우 정당을 제외한 야당 및 범여권 대표들을 불러 총리 임명에 관한 의견을 나눈 뒤 르코르뉘 재임명을 선택했다. 르코르뉘는 엑스에서 “의무감에 대통령께서 맡긴 임무를 수락했다”며 연말까지 예산을 마련하고 정치적 불안정성을 해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연금개혁 중단 등 야당이 제기한 모든 안건의 의회 재논의를 수용할 것을 대통령에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르코르뉘 총리 재임명에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극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마누엘 봉파르 의원은 “권력에 취한 무책임한 자의 국민 모욕”이라 비난하며 대통령 탄핵안을 다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도 “술책이 계속되고 있어 불신임 표결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