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TSMC 천하’ 흔들리나

입력 2025-10-13 00:41
사진=EPA연합뉴스

‘TSMC 천하’로 불리는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 변화의 기류가 감돌고 있다. 최근 인텔은 세계 최초 2㎚(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반도체 양산을 공식화했고 삼성전자도 연내 양산 계획에 속도를 내며 TSMC 독주 체제를 흔들기 위한 반격에 나섰다.

대만 TSMC는 오랜 기간 파운드리 시장의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해 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올 2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70.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7.3%), 중국 SMIC(5.1%), 대만 UMC(4.4%)가 그 뒤를 이었다.


그런데 TSMC의 시장 지배력이 앞으로도 지속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인텔과 삼성전자가 본격적인 추격에 나서면서 파운드리 패권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텔은 18A 공정을 적용한 차세대 인공지능(AI) 노트북용 프로세서 ‘팬서 레이크’ 양산을 시작했다고 지난 9일(현지시간) 밝혔다. 18A는 반도체 회선폭을 1.8나노로 제조하는 첨단 제조공정이다. 지금까지 5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양산이 가능했던 기업은 TSMC와 삼성전자뿐이었다. 양사가 연내 2나노 양산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심각한 경영난으로 파운드리 사업 철수설까지 나왔던 인텔이 한발 앞서 2나노 양산에 돌입한 것이다. 팬서 레이크는 올해 대량 생산에 들어가 내년 1월부터 전 세계 시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특히 인텔은 미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자국 빅테크의 협력을 등에 업고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세계 시장의 판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월 트럼프 행정부는 인텔 지분 10%를 인수하고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위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3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AI 반도체는 미국에서 만들어질 것”이라며 “이는 경제 안보는 물론 국가 안보의 문제”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파운드리 공정에선 ‘수율’(양품 비율)이 중요한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간에 TSMC의 지위를 흔들기는 쉽지 않다”며 “기술 완성도, 생산 안정성, 계약 물량 등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연내 2나노 양산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600’에 2나노 공정을 적용할 예정이다. 최근 수율이 개선되면서 내년 갤럭시S26 시리즈 탑재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글로벌 성능 실험 기관 긱벤치에 따르면 엑시노스 2600으로 추정되는 AP는 싱글코어 3309점, 멀티코어 1만1256점으로 퀄컴의 차세대 AP ‘스냅드래곤 8 엘리트 2세대’와 유사한 성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삼성전자는 미국 테슬라, 일본 프리퍼드네트웍스(PFN), 국내 AI 반도체 기업 딥엑스 등으로부터도 2나노 공정 AI 칩을 주문받은 상황이다.

양윤선 기자 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