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진정제·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식욕억제제 등 주요 마약류 의약품을 여러 병원을 돌며 대량으로 처방받는 이른바 ‘마약 쇼핑’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성인 ADHD 환자가 급증한 것도 이런 현상에 영향을 미쳤다. 마약류 의약품 오남용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지난 6월까지 수면진정제 졸피뎀 처방 상위 20명은 의료기관 197곳에서 7만4694정을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0곳이 넘는 병원을 방문한 환자가 5명, 3곳 이상 들른 환자는 13명에 달했다. 한 환자는 병원 56곳을 오가며 무려 9332정을 처방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펜터민 등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은 상위 20명은 의료기관 60곳에서 총 11만1889정을 처방받았다. ADHD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 처방 상위 20명은 32개 의료기관을 돌며 11만2059정을 받았다. 1인당 평균 처방량이 5000정을 넘는다.
이 같은 현상은 ADHD 환자 급증과도 맞물린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ADHD 환자는 26만334명으로 2020년(7만9244명)의 3배를 넘는다. 같은 기간 총 진료비도 652억8242만원에서 2402억831만원으로 급증했다.
성인 환자만 놓고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세 이상 ADHD 진료 인원은 지난해 12만2614명으로 사상 처음 10만명을 넘어섰다. 2020년(2만5297명)보다 5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30대 여성은 2325명에서 2만624명으로 9배 가까이 증가했고 진료비(17억8827만→195억2979만원)는 10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기준 연령별 환자 수는 10대(9만2704명·35.6%), 20대(6만5927명·25.3%), 10세 미만(4만5016명·17.3%), 30대(4만679명·15.6%) 순이다.
전문가들은 성인 ADHD 환자의 증가 원인으로 자기진단 문화 확산, 소셜미디어를 통한 정보 과잉, 약물 접근성 확대 등을 꼽는다. 특히 ADHD 치료제를 피로 회복이나 업무 효율 향상 용도로 사용하면서 치료 목적을 벗어난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일부 의원에서 느슨한 처방 기준을 적용하면서 약물 남용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 의원은 “지난 6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개정안에 따라 의료기관 및 약국에서 마약류를 처방하는 경우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연계가 가능해진 만큼 제도가 의료현장에서 제대로 운영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수면진정제·식욕억제제·ADHD 치료제는 의존성과 부작용이 높은 만큼 반복·과다 처방이 단순 치료 목적을 넘어서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