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폐암 국가검진 연령이 74세 이하로 제한돼 있지만 75세 이상에서도 저선량흉부CT 검사를 통한 폐암의 조기 발견과 적극적인 치료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75세 이상의 현재 흡연자이고 전신 상태가 좋다면 검진을 통해 이득을 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기대 여명 등을 고려해 폐암 검진의 상한 연령에 대해선 더 많은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장승훈 교수, 동탄성심병원 강혜린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이춘택 교수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암(Cancers)’ 최신호에 발표한 ‘70세 이상 남성의 1회 저선량CT 검진을 통한 폐결절 및 폐암 검출’ 주제의 연구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2010~2023년 70세 이상 재향군인 남성 1409명(평균 74.2세) 대상으로 방사선량을 크게 줄인 저선량CT 검진을 1회 시행하고 평균 3.6년간 추적 관찰했다. 검진 대상 중 75세 이상은 31.9%(450명)였다. 전체의 31.9%(449명)가 현재 흡연자이고 60.7%(855명)는 과거 흡연 경험이 있었다.
연구 결과 전체의 55.8%(786명)에서 폐결절(작은 덩이)이 발견됐고 그 중 12.7%(179명)는 양성으로 확인됐다. 양성 폐결절은 암은 아니지만 부분적으로 딱딱한 고형이거나 경계가 불규칙하거나 크기가 8㎜ 이상이거나 점점 자라는 경우 악성으로 진행할 위험이 있다. 또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폐기종, 폐섬유증 등 기저질환이 있거나 흡연자인 경우 폐결절이 있으면 폐암 진행 가능성이 높아 추적 관찰이 요구된다. 실제 이번 연구에서 폐결절 발견 환자의 추적 관찰을 통해 2.2%(31명)가 폐암으로 진단됐다. 31명 중 35.5%(11명)가 75세 이상이었다. 또 현재 흡연자의 폐암 진단율은 3.6%(16명)로 비흡연자(1.9%, 2명), 과거 흡연자(1.5%, 13명) 보다 높았다. 폐암의 병기는 절반 이상(61%)이 1·2기로 비교적 초기에 발견돼 수술 치료가 이뤄졌다.
현재 민간 검진에선 나이 제한이 없지만 국가폐암검진 대상은 54~74세의 30갑년 이상 흡연자로 정해져 있다. 이 때문에 국내 폐암 진단자의 약 30%만이 국가검진으로 발견되며 나머지 70%는 검진 대상자 기준에 포함되지 않은 집단에서 발생하는 실정이다. 국가검진은 예산과 정책의 문제와 연계돼 있어 대상 확대에 대해선 신중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
강혜린 교수는 13일 “폐암이 70대에서 가장 많음을 감안한다면 74세에서 검진이 끝나는 건 아쉬운 부분”이라며 “미국도 연구를 통해 80세 흡연자까지 저선량CT를 통한 폐암 검진이 이득이 있음이 확인된 후 검진 가이드라인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또 고령의 흡연자 중에는 국가폐암검진 대상에 해당됨에도 검진 제도 자체를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 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시 받는 흉부X선 검사는 주로 결핵 등 다른 폐질환을 선별하기 위한 것으로 폐암 조기 발견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다. 강 교수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를 폐암 검진으로 오해하고 있어 저선량CT 검사에 대한 홍보와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