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철의 여인’ 마차도 노벨평화상… 트럼프 수상 불발

입력 2025-10-11 00:03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10일 선정된 베네수엘라의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지난해 카라카스에서 열린 야권 대선후보 선거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P뉴시스

202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베네수엘라의 독재 정권에 맞서 20여년간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8)가 선정됐다.

예르겐 바트네 프뤼드네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10일 노벨연구소에서 “베네수엘라 국민의 민주적 권리를 증진하고 독재 체제를 민주주의로 전환하기 위해 투쟁한 공로로 마차도를 올해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마차도는 야당인 벤티베네수엘라당 당수로 한때 유력 대권 주자로 올라섰지만 현재는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마두로 정권의 폭압 때문에 야권 지도자들은 거의 모두 해외로 탈출했으나 마차도는 베네수엘라에 남아 은신하며 민주화 운동을 지속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차도는 노벨위원회에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며 “아직 (민주주의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를 얻기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벨평화상은 독재 정권에 맞서고 민주주의 투쟁을 함께한 베네수엘라 국민이 모두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벨위원회는 마차도에 대해 “용감하고 헌신적인 평화의 수호자”라며 “짙어지는 암흑 속에 민주주의의 화염이 계속 타오르도록 한 여성”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를 방불케 하는 보수적 정치 성향, 강철같은 결단력 등을 이유로 ‘철의 여인’으로 불린다. 뉴욕타임스는 그가 베네수엘라에서 대중의 폭넓은 인기를 받고 있지만 이런 인기 탓에 독재 정권의 강력한 견제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은신 중인 마차도가 12월 노르웨이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 국빈 만찬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귀엣말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노벨평화상 발표 하루 전까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인질 석방을 압박했지만 결국 수상자로 호명되지 않았다. 백악관은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확인한 뒤 “노벨위원회가 평화보다 정치를 우선시한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종식과 생명 구호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주도로 하마스와 ‘가자지구 평화구상 1단계’에 합의한 이스라엘은 이날 가자지구 철군을 시작했다. 하마스도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13일까지 인질 석방을 완료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협상이 진행 중인 이집트를 찾아 최종 합의를 매듭짓고 석방된 인질들을 직접 맞이할 계획이다. 다만 그가 2단계 구상에서 하마스의 무장 해제를 언급해 향후 협상의 진통도 예상된다. 하마스 고위 당국자인 오사마 함단은 “팔레스타인의 어느 누구도 무장 해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