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중국, 러시아 사회주의 우방 연대가 중국 전승절 이후 한 달여 만인 10일 북한 조선노동당 창건 80주년을 계기로 한자리에 모여 결속을 과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적수국의 압력에 초강경 대응을 할 것임을 천명했고, 북·중 관계에 대해선 “견고해서 깰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이날 밤 늦게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김 위원장과 외부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열병식도 진행했다. 북·중·러가 결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를 견제해야 하는 한·미·일 연대는 전략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중국과 러시아 2인자인 리창 총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과 마주하며 공고한 연대를 재연출했다. 지난달 3일 중국 전승절 이후 약 한 달 만에 3국의 정상급 인사가 한자리에 모여 세를 과시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전날 평양에서 리 총리를 만나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조·중 우호 협력 관계를 견고히 하고 발전시키는 건 당정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라며 “중국과 고위층 교류를 밀접히 하고 협력을 촉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리 총리는 “북측과 고위급 교류와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싶다”며 “국제적·지역적 사안에서 조정 협력을 깊게 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행사에 앞서 귀빈을 영접할 때 리 총리,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메드베데프 부의장 순서로 악수했다. 리 총리부터 악수하면서 중국을 가장 예우하는 모습이었다.
김 위원장은 경축대회에 연설에서는 “사회주의 위업의 최후 완성을 향해 더욱 배증된 용기와 확신을 가지고 전진하자”며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회주의 낙원으로 반드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적수국들의 흉포한 정치군사적 압력 책동에 초강경으로 맞서나가고 있다”며 “우리 공화국의 국제적 권위는 날로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경제와 핵무력 건설 병진 노선이 미국에 맞서는 노선임을 분명히 강조했다”고 분석했다.
결속을 강화하는 북·중·러와 달리 공고한 듯 보였던 한·미·일 공조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미·일 3국은 2023년 8월 캠프데이비드 3국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협력 토대를 구축했다. 그러나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이 3각 공조를 일부나마 흔들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또 한·미 관세 협상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도 협력의 예측 가능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일본 정권 교체 역시 한·일 관계의 협력 일관성을 흔드는 변수로 지목된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자민당 총재가 총리에 취임할 경우 양국 간 과거사 갈등이 지금처럼 관리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 한·일 관계의 불안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