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 인질 전원의 석방 시기를 오는 13~14일(현지시간)로 지정하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거듭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백악관 국무회의에서 “우리는 중동에서 중대한 돌파구에 도달했다”며 “가자지구 전쟁을 끝냈고 더 큰 차원에서 평화를 만들었다. 지속적이고 영원한 평화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남은 인질 전원 석방을 확보했다. 그들은 월요일(13일)이나 화요일(14일)에 풀려날 것”이라며 “기쁨의 날이 될 것이다. 내가 직접 방문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이 진행 중인 이집트를 방문해 최종 합의를 매듭짓고 석방된 인질들을 직접 맞이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미국인은 이 끔찍한 전쟁을 끝내는 과정에서 미국이 한 역할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며 “우리는 지금까지 7개의 전쟁을 해결했고 이번이 8번째”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합의되지 않은 가자지구 평화 구상 2단계 내용과 관련해 “우리는 무장 해제를 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대상을 지칭하지 않았지만 하마스에 대한 무장 해제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 내부에선 무장 해제만큼은 수용할 수 없다는 반발이 나온다. 하마스 고위 당국자인 오사마 함단은 로이터통신에 “어느 팔레스타인도 무장 해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팔레스타인인에게는 무기와 저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 주도의 ‘가자지구 평화 구상 1단계’에 합의했다. 이스라엘군이 합의안에 지정된 구역에서 철수하면, 이후 72시간 동안 하마스는 인질을 석방하게 된다. 하마스는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급습할 당시 납치한 인질 251명가운데 148명의 생존자와 56구의 시신을 앞선 일시적 휴전 과정에서 돌려보냈다. 지금까지 하마스에 억류 중인 인질 47명 중 생존자는 최소 20명으로 추정된다.
CNN에 따르면 생존한 인질 가운데 47세 옴리 미란을 제외한 나머지 19명은 모두 20~30대 남성이다. 그 중 11명은 노바 음악축제에서, 8명은 남부 키부츠(집단농장)에서 끌려간 민간인이며 나머지 3명은 군사기지나 전차에서 생포된 군인이다. 민간인 인질 중 2명은 태국인 1명을 포함한 외국인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 내각은 1단계 합의안을 승인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10일 소셜미디어 엑스에 공개한 성명에서 “내각은 생존자와 사망자를 포함한 모든 인질의 석방을 위한 합의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극우파 각료들이 연립정부 탈퇴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휴전 합의에 반대하고 나서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강경 우파로 평가되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하마스의 가자지구 통치를 허용하는 정부에 잔류할 수 없다는 뜻을 총리(베냐민 네타냐후)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