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10일 사상 처음으로 3600선을 돌파했다. 한국 증시의 휴장 기간 동안 글로벌 증시에서 반도체 업종이 크게 오른 호재를 한 번에 소화하면서 1거래일 만에 새로운 고지를 밟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지난 2일)보다 61.39포인트(1.73%) 오른 3610.60에 장을 마감하며 처음으로 3600선을 뚫었다. 장중에는 3617.86까지 올라가면서 시가와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를 모두 갈아치웠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가 1조622억원어치 한국 주식을 순매수하면서 코스피 상승을 이끌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크게 올랐다. 삼성전자는 6.07% 오른 9만4400원에 거래되며 연고점을 새로 썼고 2021년 1월 11일 장중 기록한 역대 최고가(9만6800원)에 근접했다. SK하이닉스도 8.22% 급등한 42만8000원에 장을 마감하면서 시가총액이 창립 이래 처음으로 300조원을 돌파한 311조2210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기업의 강세는 최근 미국에서 대규모 인공지능(AI) 투자 발표 소식이 이어지는 등 ‘AI 랠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기업에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을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대 수혜주로 떠오르면서 투자금이 몰린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3분기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를 웃돌 전망이라며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12만원으로, SK하이닉스는 56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1420원대로 치솟으면서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은 위험 요소다. 달러 대비 원화 가격은 이날 주간 거래종가 기준 전 거래일보다 21.00원 오른 1421.00원을 기록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4월 30일(1421.00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통상 협의에 따른 대미 투자 3500억 달러를 ‘선불’로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고 한국 측이 요구하는 무제한 통화스와프 역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통상 원화 가치 하락은 환차손을 키워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을 부르는 요인이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